공동훈련 보류, 7년 만의 재개 ‘무산’

한국 해군은 이달 중순 일본 해상자위대와 7년 만에 재개될 예정이던 수색·구조(SAREX) 공동훈련을 돌연 취소한다고 일본 측에 공식 통보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17일 “한국 측이 이번 달 개최를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보도하며, 지난 1999년부터 2017년까지 10차례 이어온 상징적 교류가 다시 벽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본래 양측은 2018년 초계기 갈등 이후 장기간 군사 협력을 사실상 중단했던 만큼, 이번 훈련이 복원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받았다.

‘독도 비행’ 이후, 급유 거절에서 시작된 갈등
훈련 보류의 직접적 배경은 이달 초 벌어진 급유 지원 거부 사태다.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두바이 에어쇼 참가 도중 오키나와 자위대 기지에서 중간 급유 계획을 세웠으나, 일본 방위성이 “블랙이글스 항공기 일부의 독도 주변 비행 전력”을 문제삼아 연료 공급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 사안은 한일 군사 교류에 부정적 여파를 불렀고, 이후 한국 해군마저 공동훈련 불참으로 맞대응하면서 균열이 본격화됐다.

초계기 갈등의 상흔, 반복되는 ‘맞불 외교’
한일 해군·자위대 공동훈련이 2018년 이후 멈춘 본질적 이유는 ‘초계기 레이더 조사’ 갈등에서 비롯됐다. 당시 동해에서 북한 선박 구조 임무 중 한국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에 대응해 화기통제 레이더를 가동했고, 일본은 “공격 준비”라며 반발했다. 이 사건 이후 양국 군사 신뢰가 급속히 냉각되어 실질적 교류가 중단됐으며, 이번 급유·훈련 보류도 그 잔재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군악대, 문화 교류까지 줄줄이 연기
급유 거부, 훈련 취소에 이어 한국 국방부는 11월 도쿄 자위대 음악 축제에 파견 예정이던 군악대의 참가도 보류하는 선택을 했다. 상징적 군사문화 교류까지 중단되면서, 한일 양국의 공식 방위·안보라인 복원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방위성은 공식적으로 “냉각이 일시적이고, 해빙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질적 신뢰회복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의 ‘현안 관리’와 실무 급 유연 대응
양국은 2023~2024년 전략적 대화와 국방장관 회담을 이어가면서 상징적 갈등은 조기에 봉합하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일 정상은 “현안을 잘 관리한다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하지만 군수지원, 해상훈련, 문화교류 등 실무적 교류는 국내 여론, 독도 문제, 한중러 안보 환경 등 변수에 따라 쉽게 후퇴·파행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복원된 신뢰, 다시 시험대 오른 한일 군사교류
2023년 6월 양국은 ‘방위 교류 재개’에 합의했지만, 이번 사태로 공동훈련 등 실질적 군사 협력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 측은 “상징적 군사협력 복원이 미래 양국 동맹의 기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기 재조정, 긴 냉각기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일 사이에는 아직도 독도, 과거사, 군사신뢰 등 해소되지 않은 부담이 상존해 있고, 앞으로도 양국 협력의 회복과 교류 정상화에는 ‘정무적 자율공간’ 이상이 필요하다는 교훈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