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집약 기술, 한순간 해외유출 위기

2024~2025년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흘러갈 뻔한 초유의 사건이 대한민국 산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검찰 및 법원 판결에 따르면,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와 협력사 출신 핵심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세정장비 설계도면과 공정자료 등 ‘국가핵심기술’을 도용해 중국에 수출하려다 적발됐다. 이들은 시제품 2대를 제조해 1대를 실제 중국에 수출했으며, 대규모 양산장비 추가 제작 과정에서 압수수색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불법 자료는 산업부 지정 첨단기술 수준으로, 초임계·습식, 이송로봇 등 포함됐다.

세정장비,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
이번에 유출 우려가 컸던 반도체 세정기술은 머리카락의 1만분의 1 굵기의 이물질까지 완벽하게 제거해야 하는 초고난도 핵심 기술이다. 세메스가 세계 최초·최고 수준으로 개발한 초임계 이산화탄소 세정 장비와 매엽식 인산 세정장비 등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산업의 품질경쟁력을 떠받치는 ‘생명줄’로 꼽힌다. 해당 기술은 일본 등 일부 선진국 이외에는 상용화 실적이 없어 국가적 보호 대상에 올라 있다.

국내외 손실 규모, 수조원대 위험 직면
검찰은 “기술 유출 시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업계에 수조원대 직접 피해는 물론, 수십조원 장기 손해가 예상되는 ‘회복 불가’ 사태”라고 밝혔다. 실제로 2023년 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 출신 인력과 함께 18나노 D램 핵심공정, 반도체 증착·세정·로봇 도면 등 전략기술을 확보, 중국 최초 18나노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극소수 엔지니어의 전직·퇴사 경유 정보 유출과 네트워크를 통한 신속한 해외 기술이전이 위험요소로 노출된 것이다.

적발과 처벌, ‘디지털 지문’ 추적 통해 실형 선고
적발된 기술유출 사건에서는 내부 자료의 디지털 기록, 설계도면의 고유 ‘지문’ 분석, 내부고발, 수입·수출 기록, 인력 채용 패턴까지 총동원됐다. 법원은 주범에게 징역 4~5년, 공범 및 법인에 벌금 10억원 등 실형을 내리며 명확한 경고를 남겼다. 일부 직원들은 퇴사 시 동종업계 네트워크, 지인 경로를 통해 불법 자료를 수집·전달했고,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계좌를 통해 중국 거점 본사로부터 78억~100억원대 개발비를 받으며 은밀하게 범죄를 진행했다.

기술보호와 산업보안, 국가적 대책 강화
정부와 검찰은 A사가 중국에 유통하려던 시제품과 양산장비를 전량 압수·회수했으며, 개발자금 등 범죄수익은 환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보안, 산업보안 분야에서 퇴직자 전직 관리, 산업스파이 감시·신고 확대, 내부고발자 보호 등 다각적 법제도 강화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만 국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유출 건이 20건을 상회하는 등 경계심이 커졌다.

전문가, “일회성 처벌 넘어 구조적 예방책 절실”
전문가들은 단순 사후 처벌만으로는 해외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첨단 기술인력 전직·해외 취업 트래킹과 교육, 내부보상, 기업·국가 차원의 법무·보안 투자가 병행돼야 세계 반도체-첨단산업 경쟁에서 ‘한국표 핵심기술’의 지속적 보호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