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의 탄생: 안보 위협에 대응하다

1970년대 북한의 대량 다연장 로켓 위협이 본격화되면서, 한국군은 포병 전력의 질적 도약이 절실했다. 당시 북한이 BM-21 등 수천 문의 다연장 체계를 갖췄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한국은 자체 해결책으로 다연장 로켓 개발을 선택했다. 미국의 115mm 자료를 참고하되, 국내 기술을 집약해 만든 결과물이 바로 구룡(K-136)이었다. 1981년 실전 배치 이후 구룡은 후방 사격 화력 강화와 대량 집중타격 역할을 맡으며 한국군 방어의 상징이 되었다.

구룡의 특징과 전술적 의의
구룡은 9렬 36발 발사관으로 구성되어 전체 로켓을 18초 만에 발사할 수 있다. 초기 23km급 K30 로켓은 개량을 거쳐 K33 131mm 로켓이 채택되며 최대 사거리가 36km로 확장됐다. 활강탄 구조와 집중화력 덕분에 단일 포대 기준 축구장 5개 면적에 해당하는 목표지역을 무력화할 수 있다. 적 지휘통제시설과 물자집적소, 병력집결지 등 핵심 자산 공격에 투입되며, 화력 집중에 특화된 장점이 있었다.

실전 배치와 운용 과정
구룡은 군단 포병여단에 주로 배치돼 적 침투나 후방 집결지에 대량 포격을 가하는 임무를 맡았다. 발사속도(초당 2발)와 다시 장전한 후 4명이 1시간 내 탄약보급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은 급박한 전장에서 운용에 제약을 줬다. 차량 주행 속도 80~87km/h, 등판능력 67% 등 고기동성에도 신경 썼다. 구룡의 경우 폭탄을 모두 쏜 후 신속 재배치가 필수였다.

구룡의 약점과 현대화 요구
구룡은 사거리가 한계(36km)였고, 131mm 구경의 화력은 신형 체계에 비해 부족했다. 특히 재장전과 포상 재이동 속도, 로켓 정확도, 고속 재투입 능력에서 시대 변화와 전술 변화가 단점으로 부각됐다. 야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 역시 지속적인 개선 요구로 이어졌다. 후속 무기 개발 필요성은 점점 커졌다.

천무의 등장: 국산 화력 진화의 상징
구룡 체계의 경험과 한계를 토대로, 한국은 천무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 천무는 기존의 131mm 로켓뿐 아니라 장거리 고폭탄, 연막탄 등 다양한 탄종을 호환하며, 사거리, 반복 사격, 기동성, 네트워크 중심 작전 효율을 극적으로 개선했다. 단일 발사에서 40발을 처분 가능하고, 화력 집중력을 유지하면서도 더 빠른 재장전과 디지털 통제 체계를 도입했다. 천무는 구룡의 전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포병 플랫폼이 되었다.

계보와 수출, 끝나지 않은 구룡의 존재감
구룡은 천무에 주력 역할을 넘겨주었지만, 그 명맥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일부 구룡 체계는 해외로 공여·수출되기도 하며, 로켓탄 재고와 호환성 덕분에 현역 등 일부 군단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구룡의 설계 경험은 대한민국 방산 기술의 근간을 이루며, 이후 자주포 및 다연장 로켓 개발의 뿌리가 되고 있다. 천무 체계 역시 구룡의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미사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러한 기술 계보 덕분에 구룡은 한국 무기산업사의 ‘첫 다연장 한국 무기’로 오랜 기록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