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업계, ‘신의 직장’에서 위기 업종으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천NCC를 포함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연간 수천억 원의 순이익과 최고 수준의 직원 연봉 덕에 ‘재벌급 직장’으로 불렸다. 여천NCC는 국내 3위 에틸렌 생산능력과 평균 연봉 1억2천만 원(2016년 기준)을 자랑하며 업계 최고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업계와 기업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여천NCC는 연속 적자와 자금난 속에서 3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며 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한류, 차입금, 적자 누적…사상 최악의 불황
여천NCC는 지난 3년간 무려 8200억 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분기 500억 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하면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는 극단적 결정에 이르렀다. 회사는 3100억 원의 차입금 상환 압박 속에 회사채 발행·대출 모두 막힌 상태, 추가 자금 조달이 실패할 경우 이달 21일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구조적 위기의 핵심: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여천NCC 위기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공급과잉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3년간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2배 수준인 2500만t 설비를 신·증설했고, 앞으로 3년간 1500만t이 추가로 가동된다. 동북아 평균 가동률이 15%나 하락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가격·가동률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오일머니 기반 중동국가도 대규모 산업단지 건설로 경쟁을 강하게 했다. 이로 인해 국내 전체 업계는 대규모 감산, 구조조정의 도미노 위기를 맞고 있다.

셧다운 도미노와 산업 기반 붕괴의 현실
여천NCC의 3공장 가동 중단은 국내 석유화학 ‘셧다운 도미노’의 신호탄이다. 이미 LG화학은 대산 1·2공장, 나주공장 일부 라인을 정지시켰고, 롯데케미칼도 여수산단 공장 일부 정지에 들어갔다. 대형사 간 생산시설 통합 논의와 구조조정, 고용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가 산업단지의 경쟁력 자체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 붕괴, 한국 제조업 전체에 악영향
석유화학산업은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국내 제조업의 기반이자 원재료 공급처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과잉 상황에서 감산 이외 현실적 대안이 없고, 구조적 불황이 최소 2030년 이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자료에 따르면 현 구조라면 3년 후 국내 석유화학업체 절반만이 기업으로 생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정부 지원과 업계의 미래 전략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에틸렌 시설 감축, 산업 인프라 혁신, 친환경 신사업 전환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형사 주주사들의 합작·통합, 산업은행의 보증·자산유동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 도입이 동시에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국가 산업 경쟁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업계와 정부 모두 발 빠른 전략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