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13개, 3대에 걸쳐 한반도와 이어진 ‘에이브럼스 가문’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브루스 에이브럼스 대장은, 애초부터 “군인의 집안에서 태어난 군인”이었다.
부친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전 미 육군참모총장과 두 형까지, 3부자가 모두 장군으로 진급해 합계 별이 13개에 이른다는 상징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 가운데 막내인 로버트가 결국 한반도 방위를 책임지는 주한미군사령관 자리까지 맡으면서, 에이브럼스 가문은 세대에 걸쳐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살아 있는 전설”이었던 아버지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부친 크레이튼 에이브럼스는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을 대표하는 미 육군 기갑지휘관으로, 그의 이름을 딴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현역으로 운용되는 것만 봐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 로렌 전투에서 독일군 전차부대를 포위 돌파해 아군 사단을 구한 일화는 미군 내부에서 지금도 교과서처럼 회자된다.
한국전쟁 후반에는 미 1군단·9군단 참모로 한반도 작전에 참여하면서, 백선엽 장군 등 한국군 지휘관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형제 셋 모두 장군, “집안 전체가 군대였다”
크레이튼 부부에게는 세 아들과 세 딸이 있었고, 세 아들은 모두 미 육군 장교로 입대해 끝내 장군 계급까지 올랐다.
장남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3세는 육군 준장, 차남 존 N. 에이브럼스는 4성 장군·육군 교육사령관, 막내 로버트 B. 에이브럼스 역시 4성 장군으로 각각 예편했다.
로버트는 한 인터뷰에서 “형 둘이 장군, 세 누나도 모두 군인과 결혼했고, 장인·처남까지 군인이라 집안 전체가 군이었다”고 회상했다.

막내 로버트 에이브럼스, “육군 말고는 아는 게 없다”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1960년 독일에서 태어나, 1982년 미 육사를 졸업한 뒤 기갑장교로 임관했다.
이후 서독, 걸프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연대·사단급 전투부대를 지휘했고, 중장 시절엔 미 국방장관의 참모로도 근무했다.
그는 “난 군인의 아들이고, 형들도 군인이고, 누나들도 군인과 결혼했다. 육군 말고는 다른 삶을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정체성이 분명한 인물이다.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온 ‘13개 별 가문’의 막내
2018년 그는 전력사령부(US Army Forces Command) 사령관에서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미군 최대 지상전력을 지휘하던 4성 장군이 한반도로 온 셈이라, 워싱턴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방위에 상징성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로써 한국전 참모였던 부친, 1990년대 8군을 지휘했던 형에 이어, 막내 로버트까지 세대별로 한국 방위에 관여하는 독특한 가계가 완성됐다.

부친이 백선엽을 ‘상관’으로 예우한 일화
크레이튼 에이브럼스는 생전에 한국전 당시 함께 싸웠던 백선엽 장군을 각별히 대했다.
백선엽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당시 주베트남 미군사령관이던 크레이튼은 만찬에서 한국 대사에게 “마땅히 대사를 주빈으로 모셔야 하지만, 백 장군은 한때 나의 상관이었다”며 양해를 구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역시 주한미군사령관 재임 중 백선엽 별세 소식에 “한·미 동맹을 만든 영웅이자 국보급 인물”이라며 공식 조전을 보냈다.

“원칙주의자이지만, 동맹을 몸으로 아는 사람”
워싱턴과 서울의 안보 소식통들은 로버트 에이브럼스를 “정무 감각이 뛰어난 스타일은 아니지만,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군인 중 군인’”으로 평가해 왔다.
실제 그는 주한미군 축소론과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도 “준비되지 않은 감군은 전투태세에 악영향을 준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중국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 북한 급변사태 시나리오를 거침없이 언급하는 등, 공개석상에서도 동맹 방어의 현실적 위험을 솔직히 경고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이 기억해야 할 ‘외국인 안보 가문’의 의미
에이브럼스 가문의 13개 별은, 미국 내에서도 드문 수준의 군인 집안 사례로 꼽힌다.
그 별들이 치렀던 주요 전장은 노르망디·베트남·이라크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전쟁과 주한미군사령부라는 점에서 한국과 직접 연결된다.
‘대를 이어 한반도 방위에 관여한 외국인 가문’이라는 상징성은, 앞으로도 한·미 동맹이 위기 때마다 되돌아보게 될 하나의 서사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