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력 1위’라는 말부터 사실이 아니다
한국 무기를 한 번 샀다고 이집트가 군사력 1위가 됐다는 주장은, 자극적인 표현일 뿐 실제 군사 현실을 설명하는 말은 아니다. 글로벌 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2026년 군사력 지수에서 이집트는 세계 19위, 아프리카 1위로 평가되었고, 이런 상위권 위치는 한국산 K-9 도입 훨씬 이전부터 유지해 온 결과다.

이집트는 원래부터 아프리카 최상위 군사 강국
GFP 집계가 시작된 이후 이집트는 대부분 20위 안에 들었고, 2020년에는 세계 9위까지 오른 적도 있을 만큼 일찍부터 지역 군사 강국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 뒤로는 순위가 다소 내려가 2025년과 2026년 모두 19위에 머물러 있어, “갑자기 치고 올라갔다”기보다는 기존 상위권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K-9 때문에 순위가 확 달라진 것은 아니다.

2조 원 규모 K-9 계약, 규모는 ‘메가 딜’
이집트의 K-9 도입 자체는 매우 큰 프로젝트다. 2022년 이집트는 한국과 약 2조 원 규모의 K-9 자주포·K10 탄약 보급 차량·지휘 차량 K11 패키지를 계약했고, 대략 200문이 넘는 K-9과 지원 체계를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약 구조는 한국 생산분과 이집트 현지 생산·조립, 기술 이전을 섞은 방식으로 짜였고, 카이로 인근 국영 군수공장에 전용 생산 라인을 만드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도입 초기’… 군사력 기여는 시간이 필요
K-9이 실제 전력으로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집트군은 2025년 방산 전시회(EDEX)에서 2025~2026년 초도 물량 인도가 시작됐다며 일부 포대가 시험 운용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200문 수준 전량이 생산·인도되고 재교육·실사격·정비 체계 구축을 거쳐 실전 배치되려면 최소 몇 년은 필요하다. 특정 무기체계가 막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에 군사력 순위가 바로 변했다고 보는 건 구조상 무리다.

K-9, 이집트에 왜 매력적이었나
이집트는 노후 러시아·소련제 자주포를 대체해 장사정·정밀포병 전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K-9은 155mm 기준 40km급 사거리와 자동화된 사격통제 시스템을 갖춰, 육군 포병뿐 아니라 해안 방어용 화력자산으로도 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실제로 이집트군은 K-9 일부를 지중해·홍해 연안에서 상륙 저지용 장거리 화력(A2/AD) 수단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공개해, ‘육·해 합동 화력 카드’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GFP 지수는 ‘특정 장비 한 개’로 바뀌지 않는다
GFP 군사력 지수는 병력 규모, 전차·자주포·항공기·함정 수량, 방위비, 물류·에너지·지리 조건 등 60여 개 변수를 종합해 산출하는 비공식 민간 지표다. 이 구조상 자주포 한 기종이 추가됐다고 해서 순위가 몇 단계씩 뛰는 식의 변화는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이집트의 19위·아프리카 1위라는 결과는, K-9 덕분에 ‘올라간’ 순위라기보다 기존 규모와 장비·예산을 반영한 결과에 K-9이 앞으로 점차 더해질 여지가 생겼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집트는 ‘한국만 보는’ 고객이 아니다
이집트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프랑스·중국 등과 다양한 무기 도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J-20 스텔스 전투기 도입·협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해외 군사매체 보도가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J-10C 같은 4.5세대 전투기 옵션도 병행 검토하며, 공군·방공 전력을 여러 공급선으로 분산시키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한국 입장에선 K-9로 문을 연 뒤, 다른 분야까지 확장해야만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국뽕’보다 중요한 건 냉정한 전략
이집트로의 K-9 대량 수출과 현지 생산·기술 이전은 한국 방산에 분명 큰 성과이고, 앞으로 이집트 포병·해안 방어 전력을 강화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우리 무기 한 번 샀더니 군사력 1위가 됐다”는 식의 과장된 문장은 국내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해외에선 쉽게 사실 검증이 되는 만큼 오히려 신뢰를 깎을 수 있다. K-방산의 경쟁력은 이미 계약 규모·운용 실적·기술 수준으로 충분히 증명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포병뿐 아니라 방공·장갑·유지보수·교육까지 묶은 패키지 제안과 꾸준한 성능·서비스로 시장을 넓혀 가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