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에서 드러난 ‘러시아-북한 비밀 루트’
2024년 12월 스페인 카르타헤나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화물선 ‘우르사 마요르’호가 사실은 군함용 핵 원자로 부품을 북한으로 몰래 운송 중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스페인 일간지 ‘라 베르다’와 이를 인용한 국제 매체들에 따르면, 이 선박은 서류상으론 빈 컨테이너와 쇄빙선용 대형 부품을 싣고 러시아에서 극동으로 가는 것으로 신고됐지만, 실제 갑판 뒤편에는 청색 방수포로 덮인 대형 금속 구조물이 숨겨져 있었다.

‘우르사 마요르’호가 싣고 있던 정체불명의 거대 화물
스페인 해양 당국은 사고 직후 헬기·정찰기를 동원해 선박을 촬영했고, 그 과정에서 신고 내역에 없는 두 개의 거대한 원통형 구조물을 발견했다. 초기 조사에서 선장은 “쇄빙선 프로젝트용 부품” “대형 맨홀 덮개”라고 진술을 번복했지만, 이후 전문가 분석 결과 이 화물은 소련 시절 개발돼 현재도 일부 전략 잠수함에 쓰이는 VM-4SG 계열 해군용 원자로 케이싱(외부 덮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라선(라선항)으로 향하던 ‘그림자 선단’
우르사 마요르호는 러시아 국방부 산하 군수 물류회사 ‘오보론로지스티카’가 운용하는 ‘섀도 플릿’(제재 회피용 그림자 선단)에 속한 선박으로, 공식 항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지중해→수에즈 운하→블라디보스토크로 신고돼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우크라이나·프랑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실제 목적지는 북한 라선(라진·선봉)항으로 추정되며, 선박에 실려 있던 대형 크레인 2기도 라선의 열악한 하역 인프라에서 원자로 케이싱을 육상으로 옮기기 위한 용도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폭발로 생긴 50cm 구멍’… 일부에선 공격설도
2024년 12월 23일, 우르사 마요르호는 카르타헤나 남동쪽 약 60해리 해상에서 ‘기관실 폭발’을 이유로 구조 신호를 보냈고, 승선 인원 16명 중 14명이 구조되는 사이 선체는 가라앉았다. 선주 측은 “테러 공격”을 주장했으며, 조사 결과 선체에는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 직경 약 50cm 규모의 파공이 확인돼 외부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직 누가 공격했는지, 사고가 고의였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지만, “북한행 불법 군사 화물”이라는 정황과 맞물려 국제 정보당국의 예의 주시 대상이 됐다.

북한이 공개한 8,700톤급 ‘괴물 잠수함’
이 사건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북한이 거의 같은 시기, 배수량 약 8,700톤급이라고 주장하는 핵추진 전략잠수함의 선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는 이를 ‘핵추진 전략 순항미사일 잠수함’으로 선전하며, 김정은이 건조 현장을 시찰하는 사진을 잇따라 공개했다. 선체 규모와 상부 미사일 발사관 배치 등을 근거로 한국·미국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이 10발 안팎의 탄도·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북한 해군 전력에서 단번에 ‘괴물급’ 전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퇴역 잠수함에서 떼어낸 원자로일까
자연스럽게 제기된 의문은 “북한이 어떻게 갑자기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를 확보했는가”였다. 일부 분석가는 우르사 마요르호가 싣고 있던 VM-4SG 계열 원자로 케이싱이, 러시아 퇴역 탄도미사일 잠수함(델타 IV급 등)에서 떼어낸 원자로 모듈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탄약·미사일·병력 제공)의 대가로 해군 원자로 기술·부품을 제공받았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최소 2~3기의 핵추진 모듈을 북한에 넘겼다”는 일부 서방 정보보고·언론 보도와도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완제품 이식은 기술·정치적으로 난제”
다만 한국과 해외 잠수함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 원자로를 ‘통째로’ 북한 신형 선체에 이식했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 잠수함연구소 최일 소장은 “퇴역 러시아 원자로를 새 선체에 그대로 얹는 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배수량·구조·안전 기준이 다른 선체에 구형 모듈을 장착하는 것은 설계·안전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설계 기술, 연료 관리, 냉각·차폐 노하우 등 ‘부분적인 기술 지원’을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원자로 자체는 북한 내부에서 제작했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위험한 건 ‘시간이 빨라졌다’는 점
그럼에도 다수 안보 전문가는 러시아 지원설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본다. 러시아-북한 군사 협력이 포탄·미사일·병력 교환에서 해군 원자로 분야까지 확대됐다면,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실전 배치하는 시점은 독자 개발만 할 때보다 분명히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전략원잠 ‘김군옥영웅함’ 등 디젤 기반 미사일 잠수함을 통해 SLBM·순항미사일 발사 시험을 반복해 왔고, 여기에 장기 잠항이 가능한 핵추진 플랫폼이 더해지면 한·미·일의 해상·미사일 방어 체계는 훨씬 복잡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 안보에 주는 경고등
우르사 마요르호 사건과 8,700톤급 핵추진 잠수함 공개는,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이 ‘탄약 거래’ 수준을 넘어 전략무기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한국 군과 정보당국은 이미 “러시아 기술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 핵추진 잠수함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미국도 한·미 원자력 협정을 조정해 한국 해군의 자체 핵잠 추진 논의를 지원하는 등 대응 카드 마련에 나선 상태다.
아직 북한의 ‘괴물 잠수함’이 실제로 바다에 떠서 안전하게 잠항·작전할 수준인지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하나는 분명해졌다. 2024년 스페인 앞바다에서 조용히 가라앉은 한 러시아 화물선은, 북한이 바다 밑에서 준비 중인 다음 위협이 더 이상 ‘공상’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