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르스크 전장에서 드러난 북한군의 실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 일부를 점령한 뒤, 전선에는 러시아군과 함께 북한군이 투입되고 있다. 전쟁 초기만 해도 서방에서는 북한군을 ‘무모한 인해전술’의 상징으로만 봤지만, 실제로 마주한 우크라이나 군과 미국 국방부의 최근 평가는 훨씬 복합적이다.
극도의 인명 손실을 감수하는 전술 운용과 동시에, 현대전에 빠르게 적응하며 강한 보병 전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부상자 나와도 후퇴 없는 ‘일방향 전진’
뉴욕타임스와 한겨레가 전한 우크라이나 현장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은 장갑차 없이 도보로 배속된 구역을 전진하면서도 중간에 후퇴하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지휘관 안드리는 촬영 영상을 근거로 “약 50여 명의 북한군이 8km를 걸어 참호로 접근하는 동안 상당수가 쓰러졌지만, 보강 병력과 함께 계속 앞으로만 갔다”고 말했다. 한 소대장 올렉시는 “그들은 마치 죽기 위해 온 것처럼 행동했다”고 증언하며, 손실을 전혀 개의치 않는 공격 성향을 강조했다.

드론을 유인하는 ‘미끼 전술’까지 등장
우크라이나 특수작전부대는 전사한 북한군의 소지품에서 드론 격추 방법이 적힌 문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 내용에는 “한 명을 미끼로 내세워 드론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더 멀리 떨어진 별도의 사수가 드론을 격추한다”는 식의 지침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드론 정찰·공격이 일상화된 전선에서, 북한군이 단순히 당하는 쪽이 아니라 나름의 대응 전술을 현장에서 빠르게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생포 금지, 포로 허용 안 하는 명령
우크라이나군 지휘관 올렉시는 북한군이 포로가 되는 상황 자체를 피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북한군 병사가 우크라이나 병력에 포위되거나 접근을 허용할 경우,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하도록 지시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군이 북한군 포로가 생겼다는 징후를 포착하면, 아예 드론 공격으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을 함께 공격해 ‘증거’를 제거하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본 북한군의 전투력
우크라이나 최고군사사령관 시르스키는 북한군을 두고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고, 훈련 수준도 높으며, 용감하다”고 평가했다. 육군 대변인 야로슬라프 체푸르니 중령 역시 “젊고, 의욕적이고, 건강하고, 용감해 훌륭한 보병이 되기 위한 모든 요소를 갖췄다”고 언급했다. 현장 지휘관 안드리는 북한군이 방어가 취약한 구간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우크라이나군을 소모시키고 있어, 단순 ‘총알받이’ 이상으로 실제 전장에서 위협적인 보병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평가도 ‘무모한 군대’에서 ‘유능한 전력’으로
전쟁 초기 미국 측은 북한군이 구식 인해전술로 큰 피해만 입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2025년 1월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들은 비교적 잘 훈련된 유능한 군대”라며, 주로 보병 전력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분명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를 바꿨다. 존 커비 NSC 대변인이 불과 한 달 전 “효율적이지 않은 대규모 돌격으로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던 것과는 뚜렷이 다른 결이다.

두 달 만에 병력 40% 손실, 1천 명 사망
북한군의 전투력 평가가 상향되는 동시에, 사상자 규모도 심각한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BBC와 영국 국방부 정보국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월 중순 기준,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 1만1천 명 중 약 4천 명이 사상자(사망·부상·실종)를 냈고, 이 가운데 약 1천 명이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파병 병력의 40% 가까운 손실로, 서방 정보 당국은 “북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인명 피해”라면서도, 평양이 정치적·군사적 대가를 감수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해전술’이면서도 현대전에 적응 중
우크라이나와 서방 군사 분석에 따르면 북한군은 초기엔 탱크·장갑차 보호 없이 도보로 돌격하는 방식 등 매우 구식의 인해전술을 사용해 드론·포병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전투가 반복되면서 드론 회피·유인, 야간·악천후를 활용한 접근, 참호·도시전 적응 능력을 높이는 등 현대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러시아 특수부대 참전용사 시르틀라노프 예비역 대령은 북한군이 악천후로 우크라이나 드론이 잘 뜨지 못하는 틈을 타 특정 마을을 재탈환한 사례를 언급하며 “그들의 전술적 학습 속도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이 읽어야 할 ‘북한군의 진짜 전투력’
우크라이나에서의 북한군 참전은, 한반도 유사시 마주하게 될 북한 지상전 전력의 단면을 보여 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젊고 동기부여된 보병, 후퇴를 허용하지 않는 강압적 통제, 포로를 인정하지 않는 지휘 문화, 그리고 큰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전투 경험을 축적하며 현대전에 적응하는 흐름은 한국군이 가장 예민하게 분석해야 할 변수다.
단순히 “무모한 인해전술”로 치부하기에는, 전장에서 마주한 우크라이나군과 미국 국방부의 최근 평가가 너무 달라졌다. 북한군이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전투력을 끌어올릴수록,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도 그 위협 정도는 분명히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