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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했을 때 "군인에게 사비로 2천억 급여 줬다는" 이 '민간인'의 정체

aubeyou 2026. 2. 6. 22:48

셧다운 4주 차, ‘익명 친구’가 쓴 1억 3,000만 달러 수표

 

2025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4주 차에 접어들면서, 의회 예산 승인 없이 군인 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한 친구가 1억 3,000만 달러를 기부했다”며, 이 돈이 군인 급여와 수당을 돕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 기부를 “일반 기부금 수령 권한(general gift acceptance authority)”에 근거해 수락했고, 군인 급여 재원에 사용하겠다는 조건이 붙은 기부라고 설명했다.

정체가 드러난 ‘미스터리 기부자’, 티모시 멜론

 

처음에는 익명으로 처리됐던 이 기부의 당사자는, 뉴욕타임스와 주요 매체 취재를 통해 멜론 가문의 상속인 티모시 멜론으로 확인됐다.
티모시 멜론은 19세기부터 미국 철강·금융 산업을 이끈 멜론 집안의 후손으로, 조상 앤드루 멜론은 1920년대 미 재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은둔형 자산가지만, 보수 진영과 트럼프 캠프에 수백억 원대 정치자금을 지원해 온 ‘조용한 큰손’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가 된 이유

 

보도에 따르면 멜론은 2020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 슈퍼팩에 최소 5,0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이후 선거·정치 활동 전반에 걸쳐 누적 1억 6,5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된다.
트럼프는 그를 “애국자이자 내 친구”라고 치켜세웠지만, 멜론 본인은 인터뷰를 거부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 일절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일부 매체는 “기부 목적을 거의 밝히지 않는 미스터리한 억만장자”라고 표현하며, 그의 정치적 동기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군인 급여에만 쓰라”는 조건…그러나 효과는 ‘상징적’

 

국방부 대변인은 이 기부가 군인 급여와 수당 부담을 줄이는 데 쓰이도록 명시적 조건이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군 현역은 약 130만 명 수준이어서, 단순 계산 시 1인당 돌아가는 금액은 약 100달러(약 14만 원)에 불과하다.
연방정부가 2주마다 군 급여로 지출하는 금액이 약 64억~70억 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1억 3,000만 달러는 전체 급여 예산의 0.1~0.2%에 불과한 상징적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손 방지법’과 충돌 가능성…“선의로 포장된 위법?”

 

문제는 이 기부가 미국 연방법, 특히 ‘결손 방지법(Antideficiency Act)’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법은 연방기관이 의회가 승인한 예산 범위를 넘어 자금을 집행하거나, 특정 예외를 제외하고 외부의 자발적 기부·무급 노동을 받는 것을 금지한다.
법률·예산 전문가들은 “민간 기부를 이용해 셧다운 기간 군 급여를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의회 권한을 우회하는 행위로, 결손 방지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경고했다.

국방부 “법적 권한 안에서 수령” vs 의회 “조사 필요”

 

국방부는 “일반 기부금 수령 권한에 따라 적법하게 기부금을 수락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 일부 의원들은 “이 권한은 군 병원·군묘·부상 장병 지원 등 특정 목적 기부에 한정된 조항인데, 광범위한 군 급여로 쓰는 것은 전례가 없고 위험하다”며 청문회·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익명의 거액 기부가 외국 정부나 특정 이해관계자의 자금일 가능성은 없는지, 어떻게 검증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 기능 공백’을 메운 민간 자본…위험한 선례인가

 

일부에서는 멜론을 “정치가 막힌 상황에서 군인과 그 가족을 돕기 위해 나선 애국자”로 평가한다.
반면 비판 진영은 “군대 급여마저 민간 부자에게 의존하는 상황은 민주주의와 재정통제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신호”라며, 부유층이 공공 기능을 직접 대신하는 위험한 선례라고 본다.
특히 “오늘은 군인 급여, 내일은 다른 연방기관 운영비를 부자가 대신 내겠다고 나서면, 국가 재정의 최종 결정권이 의회가 아닌 소수 자산가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말 없는 억만장자’가 남긴 의미

 

티모시 멜론은 2014년 자서전 외에는 자신의 철학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고, 이번 기부 이후에도 언론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와 주요 매체 추정에 따르면, 멜론 가문의 재산은 수십억~1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며, 그는 그 중 일부를 정치·사회 이슈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부자의 선행”을 넘어, 셧다운이라는 정치적 난맥 속에서 공공영역의 마지막 보루인 군 급여까지 민간 자본이 메우는 기이한 장면을 연출했고, 미국 민주주의와 재정 시스템이 어디까지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