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핵 합의 가능”… 신뢰는 잃었지만 문은 열어둔 이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과 우리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파트너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는 잃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튀르키예·카타르 등 역내 우호국을 통한 간접 교신이 “성과 있는 논의를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직접 회담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며, 진짜 쟁점은 이란의 핵 능력 자체”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이 원하는 것: 제재 해제와 ‘평화적 농축 권리’
아라그치는 인터뷰에서 “핵무기 보유를 막는 공정하고 평등한 합의를 놓쳐선 안 된다”며, 그 대가로 10여 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와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요구했다.
그는 “이는 짧은 시간 안에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하며, 2015년 JCPOA 같은 틀을 변형·복원하는 방식의 합의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란의 미사일 전력·역내 대리 세력 지원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라는 요구에 대해선 “불가능한 일은 논하지 말자”며 선을 긋고,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했다.

미국 입장: 핵·미사일·대리세력까지 한꺼번에 묶어야
미국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축소하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레바논 헤즈볼라·예멘 후티 등 무장 단체에 대한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와 SNS에서 “우리는 이란과 ‘대화를 통한 합의’를 추구하지만, 준비된 ‘대안(군사 옵션)’도 있다”고 말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 입장에선 체제 핵심으로 여기는 미사일·지역 영향력까지 포기하라는 요구를 ‘항복 문서’에 가깝게 보는 만큼, 양측 간 간극은 여
전히 크다.

폭격당한 핵시설, 다시 지붕 올리는 이란
한편 이란은 지난해 미·이스라엘 합동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스파한·나탄즈 핵시설을 복구하는 정황을 보이고 있다.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이들 시설 내 손상된 두 건물 위로 새 지붕이 설치된 모습과, 인근 지하 굴착이 계속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남은 핵 물질·장비를 보호하고, 향후 지하화된 새로운 시설을 준비하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중동 군사 증강, ‘압박이자 레버리지’
2026년 1월 이후 미국은 항모전단과 폭격기, 미사일 방어 자산을 중동 전역에 추가 배치했다.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강습단과 다수의 공군전력이 이란 인근 해역·기지로 이동하면서, 미군은 “방어와 억제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란은 “도발적 무력시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은 이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면서도, 필요시 이란 핵·군사 시설을 다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추려는 이중 목적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합의 실패하면 전쟁”… 미군 기지를 겨냥한 노골적 경고
아라그치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을 원하진 않지만, 협상이 실패하면 전쟁에 대비돼 있다”고 말하며 전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란군이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것이며, 갈등이 이란 국경을 넘어 지역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일간의 이스라엘과의 교전에서 시험된 탄도미사일·드론 전력을 예로 들며, “이번에 미국이 ‘시험(test)’하려 든다면 결과는 훨씬 위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란의 메시지: “전쟁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오판이 더 두렵다”
아라그치는 또 “나는 전쟁 자체보다, 잘못된 정보와 오판이 전쟁을 불러오는 상황이 더 걱정된다”고 말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내 시위·탄압 상황을 근거로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점을 언급하며, “감정적 결정이나 국내 정치용 강경 메시지가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결국 이란의 공식 입장은 “공정한 핵 합의에는 응하겠지만, 제재와 군사 위협 아래 일방적인 양보는 없다. 협상이 깨질 경우 전쟁도 각오돼 있다”는, 극도로 위험한 양면 메시지로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