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K9 뒤에 가려진 또 하나의 K‑방산, 레드백의 진짜 정체
한국 방산을 떠올리면 대부분 K2 전차와 K9 자주포, KF‑21 전투기를 먼저 떠올리지만, 최근 호주·유럽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숨은 주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전투차(IFV) AS‑21 레드백이다.
호주 육군의 LAND 400 3단계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KF41)를 제치고 129대, 약 70억 호주달러(우리 돈 6조 원대)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을 따내며, 한국 기갑 기술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호주 수출 3조·6조 원, 링스를 넘은 ‘차세대 보병전투차’
레드백은 30mm 부시마스터 II 기관포와 7.62mm 공축 기관총을 기본 무장으로, 전차와 함께 전선에서 돌파·보병 수송·근접 화력 지원을 수행하는 최신형 보병전투차다.
호주 평가에서 지뢰·급조폭발물(IED)·대전차지뢰 시험, 사막·정글·도심 주행 시험을 통과하며, 방호력·기동력·정비성에서 독일 링스를 상회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호주는 2027~2028년부터 레드백을 현지 생산·배치하기로 했고, 이는 한국 육상 무기체계가 유럽 강자들과 ‘정면 승부해 이긴’ 상징적 사례가 됐다.

초창기 한계: “100을 팔면 80이 해외로 나가던” 낮은 국산화율
다만 호주 사업에 제안된 초기 레드백 구성은 이스라엘 엘빗의 포탑·센서, IMI/엘빗의 ‘아이언 피스트’ 능동방어체계, 미·유럽산 엔진·부품 비중이 높았다.
즉 전체 가치는 한국이 설계·통합을 맡았지만, 실제 부품 기준 국산화율은 20% 안팎으로, 수출 대금 상당 부분이 해외 공급사로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이 모델만으로는 “K‑방산 대박”이 나도 국내 기술·산업 기반에 남는 몫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레드백EX: 엔진·궤도·센서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꾼 판
한화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레드백EX(Export, Extended) 버전을 개발, 엔진·변속기·고무궤도·센서·무장 등 핵심 시스템을 최대한 국산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재구성했다.
K9 자주포 계열에서 축적한 국산 디젤 파워팩 기술과, 국내 업체와 공동 개발한 40~50톤급 복합소재 고무궤도를 적용해, 동급 서방 IFV와 견줄 수 있는 80% 안팎 국산화율을 목표로 삼았다.
이렇게 되면 동일 가격에 공급하더라도 실제 이익과 기술·일자리 효과 대부분이 한국 안에 남게 돼, “껍데기만 한국산”이던 한계를 벗어나 진짜 ‘국산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된다.

방호력·능동방어·센서 융합: “신시대 장갑차” 평가의 이유
레드백 계열은 기본적으로 STANAG 기준 최고 수준인 레벨 6 방호(30mm 기관포탄에 대한 근거리 방탄)를 목표로 설계됐고, 지뢰·IED 방호도 동급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
이스라엘 IMI/엘빗이 개발한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방어체계는 RPG·대전차미사일을 조기 탐지해 요격탄으로 격파하는 하드킬 APS로, 레드백 포탑에 통합 시험을 마친 상태다.
여기에 열상·레이저경보·360도 상황인식 카메라 등을 연동해, 전차·헬기·드론까지 다층 표적에 대응할 수 있는 ‘센서 융합 전투체계’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K2와 체급·부품 공유, “한 부대 운용 땐 유지비 15% 절감” 구상
레드백EX는 중량 40톤 후반대, 길이·폭·높이 모두 K2 전차와 비슷한 체급을 유지하면서, 파워팩·서스펜션·전자장비 일부를 K2 계열과 공유하는 방향으로 구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군이 K2·레드백EX를 같은 기계화 사단·여단에 편제할 경우, 부품·정비·교육 체계를 통합해 운용·유지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
실전에서는 전차와 IFV가 속도·정비주기·보급 체계까지 유사해야 장기 기동전·합동작전 수행이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K2–레드백EX 패키지”는 향후 수출에서도 강점이 될 수 있다.

“KF‑21, 천무에 가려졌지만…” 서방이 먼저 알아본 틈새 전력
한국 내에선 KF‑21 전투기, 천무 다연장 로켓, K2·K9 같은 상징성이 큰 무기들에 비해 레드백의 이름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러나 호주·유럽 군사 전문 매체들은 이미 “레오파르트·링스 이후 세대에 필적하는 차세대 IFV”라며 레드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노후 장갑차들이 재블린·드론·포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현실을 본 서방 군 당국 입장에선, 강력한 방호와 APS, 디지털 전투체계를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헐값에 팔려도 모를” 만큼 저평가된 이유와 과제
문제는 국내 여론과 정책 관심이 아직도 전투기·전차 같은 눈에 띄는 무기 위주로 쏠려 있다는 점이다.
레드백EX처럼 국산화율이 높고, 부품·소프트웨어까지 한국이 주도권을 가진 플랫폼은 수출 단가를 공격적으로 낮춰도 실질 수익과 파급효과가 크지만, 그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논의는 제한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군이 충분한 수량을 자군용으로 도입해 신뢰성을 증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패키지·업그레이드·훈련·정비까지 묶은 ‘토털 솔루션’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