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에서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북한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병사 2명이, 포로가 된 지 1년 만에 한국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근황과 심경을 털어놨다.
이들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포로가 된 뒤, 키이우 인근 수용시설에서 치료·조사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MBC 탐사 프로그램 ‘피디수첩’을 통해 얼굴과 육성이 공개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김영미 PD는 “처음에는 극도로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 모두 한국행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전했다.

쿠르스크 전선에서 잡힌 첫 북한군 포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5년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부상을 입은 북한군 2명이 생포됐다고 공식 발표하며, 이들이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북한군 포로라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군 복장을 하고 러시아 지휘계통 아래에서 싸우다 특수부대·공수부대의 작전에 의해 생포됐으며, 곧바로 키이우로 이송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SBU)의 보호·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 병사 2명이 포로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북측이 실제 전투병을 러시아에 보냈다는 정황이 공식화됐다.

1년 만에 공개된 북한군 포로 2인의 현재 모습
피디수첩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성이 리(27)로 알려진 병사는 턱과 팔에 큰 부상을 입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성이 백(22)인 병사는 다리 골절로 철심을 박은 채 목발에 의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2024년 하반기 러시아에 도착해 쿠르스크 인근 전선에 투입됐고, 2025년 1월 전투 중 드론·포격에 의해 부상당한 뒤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고 증언했다.
리와 백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훈련을 나온 줄 알았다가, 실제 전투에 투입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말해, 북한군 내부의 동원·설명 방식도 드러냈다.

“포로가 된 순간, 나는 역적”이라는 죄책감
리 씨는 인터뷰에서 “북한군에게 포로는 있을 수 없는 존재”라며, 포로가 되는 순간 스스로를 “나라를 배신한 역적”으로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동료들은 포로가 되지 않겠다며 자폭을 택했지만, 본인은 그러지 못했다”며,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북한군 내부에서 “붙잡히면 차라리 죽으라”는 지침이 반복적으로 주입돼 왔다는 내용도 함께 전해지면서, 포로가 된 병사들이 귀환을 거부하고 제3국행을 원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일부 드러났다.

전우가 눈앞에서 산산조각 난 전장의 현실
리 씨는 쿠르스크 전선의 전투를 “난생 처음 본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라고 표현하며, 특히 드론·자폭무인기에 의한 사망 장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앞서 나간 동료가 자폭 드론에 맞아 머리와 가슴이 통째로 날아가고, 심장이 여전히 뛰는 상태에서 피가 쏟아지던 모습을 본 뒤 전쟁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말로만 들을 때는 전쟁이 이렇게 끔찍할 줄 몰랐다”며, 자신들이 사실상 ‘소모품’처럼 최전선에 투입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백 씨가 전한 드론 공격과 4일간의 방치
백 씨는 드론 공격으로 다리를 크게 다친 뒤, 최소 4일간 식수·의료 지원 없이 방치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동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뒤 “눈에 살기가 돌 정도로 복수심에 휩싸여 무턱대고 싸웠다”며, 전투 경험도, 드론 대응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 조사에 따르면, 북한 병사들은 드론 회피·전자전 같은 현대전 기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채, ‘용기’와 ‘충성’만을 강조받고 전선에 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깨끗이 죽겠다”
두 포로 모두 공통적으로 가장 두려운 것은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백 씨는 부모가 자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왔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며, 포로 신분으로 돌아갈 경우 가족에게까지 처벌·불이익이 미칠 것을 걱정했다.
그는 “부모에게 피해를 주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북한 체제에서 포로·패잔병이 겪게 될 후과에 대한 공포를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 가고 싶다”로 기울어진 선택
리와 백은 처음 공개됐던 2025년 초 영상에서도 한국행 의사를 내비쳤고, 이후 면담한 한국 정치인·언론인에게도 일관되게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해 왔다.
김영미 PD는 추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망설이던 백 씨도 촬영 중 ‘나도 한국으로 가는 게 맞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는 포로 처리·송환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이송·수용 방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한국·북한이 얽힌 복잡한 외교 변수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식 발언에서 “두 북한 병사의 남측 이송 가능성에 열려 있다”고 언급했지만, 동시에 이들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포로교환 구조가 없어 절차가 복잡하고, 북한은 이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3자간 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전후 재건 자금·군사지원 협상에서 이 문제를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한국 정부가 인도적 원칙과 외교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