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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중 "억울하게 사망해도" 역사에 이름 석자 못 남기고 삭제된다는 '비밀 부대'

aubeyou 2026. 2. 1. 20:38

 

국정원 중앙 현관을 비추는 19개의 ‘이름 없는 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관 중앙 현관에는 검은 대리석 위에 은빛 별들이 박힌 ‘이름 없는 별’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국정원과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안기부에서 임무 수행 중 숨진 정보요원들을 기리는 상징물로, 별의 개수는 순직 요원의 수를 의미하지만 이름과 계급, 소속은 공개되지 않는다.
방문객은 별의 숫자만 볼 수 있을 뿐, 그 뒤에 어떤 사람이 어떤 작전에서 목숨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는 구조다.

블랙요원, 기록에도 남지 않는 ‘그림자 정보요원’

 

국정원 내부에서 이른바 ‘블랙요원’이라 불리는 인력은 통상 여권·신분·직업을 모두 위장한 채 해외에 장기 잠입하는 특수 정보요원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무역회사·유학생·언론인·NGO 활동가 등 다양한 신분을 가장하고, 북한·테러 조직·불법 금융 네트워크와 관련된 첩보를 수집하거나 공작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설명이다.
임무 특성상 이들의 실명과 공적은 대부분 비공개이며, 심지어 내부 공식 문건에서도 실명이 아닌 코드명만 남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직해도 ‘별’만 하나 늘어날 뿐, 이름은 끝내 비밀

 

정보요원이 임무 중 숨지더라도 곧바로 별이 추가되거나, 구체적 경위가 대외에 알려지는 일은 거의 없다.
국정원 관련 증언에 따르면, 작전 시기·장소·방식이 노출되면 상대 정보기관에 역추적 단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별의 추가 시점도 수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유족조차 사망 경위와 임무 내용을 끝까지 설명 듣지 못한 채, “국가를 위해 순직했다”는 한 줄 통보 외에는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리 없이 별로 남은 그대들”이라는 한 줄 문구

 

조형물 아래에는 “소리 없이 별로 남은 그대들의 길을 좇아 조국을 지키는 데 헌신하리라”는 취지의 문구가 새겨져,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을 기리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국정원은 창설 50주년을 맞은 2011년, 이 별 조형물을 언론에 부분적으로 공개하며 ‘드러나지 않는 희생도 국가가 기억한다’는 메시지를 내세운 바 있다.
다만 정치 개입·불법 사찰 등 과거 논란이 겹치면서, “익명의 희생을 기리는 상징과 조직의 그늘을 어떻게 함께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존재한다.

 CIA 추모벽과 닮은 듯 다른 한국식 추모 방식

 

국정원의 ‘이름 없는 별’은 미국 버지니아 랭리에 있는 CIA 본부의 ‘추모 벽(Memorial Wall)’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CIA 건물 로비 벽에는 정보요원 140명의 희생을 상징하는 별이 새겨져 있고, 그 아래 ‘영예의 책(Book of Honor)’에 일부 이름만 공개된 채 기록돼 있다.
국정원 역시 별로만 순직자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CIA와 달리 공식적으로 공개된 이름·연대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보안 수준은 더 높은 편이다.

‘실패한 스파이는 화려하다’는 역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성공한 스파이는 조용하고, 실패한 스파이는 화려하다”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성공한 공작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실패하거나 발각된 작전만이 사건·사고 형태로 세상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국정원 블랙요원들의 희생 역시 대부분 구체적인 사건명조차 남기지 못한 채, 별 하나와 내부 기록에만 간략히 남는 경우가 많다고 전직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 사람 이름조차 공개 못 하는 ‘안전’과 ‘예우’의 딜레마

 

실명과 공적을 공개하지 않는 방식은 현역 요원과 남아 있는 공작망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이기도 하다.
그러나 희생자의 이름·얼굴·이야기가 역사에서 지워진다는 점에서, “개인의 명예와 유족의 애도를 위해 일정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는 인권·기억의 관점도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 국정원은 극히 일부 사건(예: 해외에서 피살된 공관원 등)에 한해 실명을 공개하고 있으나, 블랙요원 대다수는 끝내 ‘무명(無名)의 별’로 남는다.

정권 교체마다 반복된 정보기관 개혁과 그늘

 

국정원은 냉전기 공작 활동에서 공을 세운 한편, 국내 정치 개입·사찰 문제로 여러 차례 비판과 개혁 요구를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정치공작 차단과 대북·대테러 정보 역량의 재정비가 강조됐고, 윤석열 정부와 현 정부에서도 ‘안보 정보 강화’와 ‘정치적 중립’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요원들의 안전과 처우, 공적 기록 방식까지 어떻게 균형 있게 정비할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름 없는 별’이 더는 늘지 않게 하려면

 

국정원 별 조형물에 새겨진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2020년대 들어서도 별이 추가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곧 지금도 어딘가에서 신분을 감춘 정보요원들이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정보기관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안전 장치는 더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드러나지 않는 희생을 기억하는 방식

 

‘이름 없는 별’은 대다수 국민이 그 존재조차 잘 모르는 공간에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국정원을 방문할 때마다 꼭 들르는 장소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공개된 국가유공자 명단에 들지 못하고, 추모식 중계도 없이 떠난 이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는 정보 민주화 시대의 또 다른 과제다.
이름이 지워진 별들이 진정한 국가적 예우를 받았다고 말하려면, 이들의 희생을 낳은 정보기관의 구조와 역할까지 함께 성찰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