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3조 원대 차세대 장거리 화력에 ‘천무’ 낙점
노르웨이 국방부는 1월 29일(현지시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차세대 장거리 정밀화력 체계(LRPFS) 사업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업 규모는 190억 노르웨이 크로네, 약 28억 달러(2.8조 원)로, 이 가운데 실제 천무 발사대·차량·훈련장비 등 한화 몫은 약 10억 달러, 한화 1조 4천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노르웨이는 발사대 16기와 “대량의 탄약”을 도입하며, 2028~2029년 발사체와 훈련 장비, 2030~2031년에 장거리 미사일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이마스를 제치고 선택받은 이유: 500km+ 사거리와 빠른 납기
노르웨이는 당초 록히드마틴의 M142 하이마스, 독일‑프랑스 합작사의 Euro‑PULS, 독일계 체계 등을 두고 경쟁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한국의 천무가 제시한 500km급 장거리 탄약 확장성과 신속한 인도 일정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국방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한국 시스템은 최대 500km에 달하는 사거리 확장 가능성을 포함해 우리의 모든 요구 조건을 충족했고, 경쟁사 대비 가장 빠른 인도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하이마스를 향한 주문이 폭주하면서, 미국 측 납기가 길어졌다는 점도 천무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290km에서 500km로… 수출형 천무 탄약의 진화
천무는 기본적으로 80km·160km·290km급 로켓·전술탄을 운용할 수 있게 설계된 차륜형 다연장로켓 시스템이다. 기존 수출형 전술탄은 최대 사거리 290km의 CTM‑290(600mm급 전술 유도탄)이 대표적이었는데, 한화는 이번 노르웨이 사업 과정에서 사거리를 500km 이상으로 늘린 개량형 개발 능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구체적인 탄종 명칭과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르웨이 당국이 “최대 500km급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노르웨이형 천무에는 290km급과 별도의 장거리 탄약이 순차적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포대당 12발 vs 6발, 유연한 포드 구성의 장점
천무와 하이마스는 모두 3인 승무원, 장거리 기동 능력을 갖춘 고기동 MLRS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화력 구성에서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하이마스는 227mm GMLRS 로켓 6발 또는 ATACMS 1발을 탑재하는 단일 포드를 운용하는 반면, 천무는 차체 후방에 포드 2개를 탑재해, 239mm 유도 로켓 6발씩(총 12발) 또는 600mm CTM‑290 전술탄 1발씩(총 2발)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한 포드는 80km급 로켓, 다른 포드는 290km급 전술탄으로 구성하는 식의 혼합 탑재도 가능해, 동일 포대 내에서 근·중·장거리 표적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나토 북단의 현실적 선택: ‘유럽 독자개발’보다 빠른 전력 복원
LRPFS 법안이 노르웨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유럽이 자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며 독자 노선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다수 여야 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규 체계 개발에는 너무 많은 시간·비용이 든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일축했다. 노르웨이 국방 당국은 자국 육군이 장거리 정밀타격 수단이 거의 없는 구조인 점을 “나토 억지력의 약한 고리”로 보고, 가능한 한 빨리 장거리 화력을 도입해 동맹 전력과 연동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적 후방 깊숙이 타격”… 노르웨이가 본 천무의 의미
노르웨이 보수당의 피터 프뢰리히 국방담당 대변인은 LRPFS 표결 과정에서 “이 무기들은 적진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고, 이는 현대전에서 결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직선 국경을 맞댄 노르웨이 입장에서는, 전시 나토 합동 작전에서 러시아 후방의 지휘소·보급창·포병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자국 육군 화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천무의 도입은 단순히 장비 교체가 아니라, 그동안 공군·나토 지원에 의존하던 장거리 타격 임무를 육군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연 ‘화력 경쟁’, 한국산 무기의 기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 국가들은 하이마스·M270 같은 다연장 로켓과 대포병 레이더, 포탄 재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이마스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 지휘소·보급 기지를 정밀 타격하는 데 사용되며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았고, 이에 발트 3국·동유럽 9개국 등이 미국에 하이마스 추가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그러나 주문이 몰리면서 가격·납기 부담이 커지자, “기술 수준은 높고, 생산·납기가 빠른” 한국산 천무가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많다.

폴란드에 이은 ‘유럽 2연타’, 누적 10조 원 넘긴 천무 수출
노르웨이 수주 이전에도 천무는 이미 유럽 최대 계약을 따낸 경험이 있다. 2022년 폴란드는 기본계약과 1·2차 실행계약을 통해 천무 발사대와 탄약을 대량 도입했고, 2025년 12월 체결된 3차 실행계약에서는 CGR‑080 유도 로켓 등 천무용 탄약 5.6조 원 규모 공급 계약을 추가 체결했다.
폴란드와의 누적 계약액은 약 12.6조 원에 달하며, 현지 합작법인(Hanwha‑WB Advanced System)을 통해 로켓을 공동 생산하는 구조도 마련됐다. 여기에 노르웨이의 1조 4천억 원 규모 LRPFS 물량이 더해지면서, 천무는 단일 무기체계로만 유럽에서 10조 원을 훌쩍 넘는 수출 실적을 확보하게 됐다.

K9 자주포에 이은 ‘노르웨이 2연속 수출’
노르웨이는 이미 한국산 K9 자주포를 도입한 경험이 있는 국가다. 한화는 2017년부터 K9 자주포를 노르웨이에 공급해 왔고, 2023년 9월에는 추가 24문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속 지원·부품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천무 선정으로, 노르웨이는 육군의 직사·곡사·장거리 로켓 화력을 모두 한국산으로 구성하는 ‘K9+천무 패키지’를 갖추게 된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도 한 국가 내에서 복수의 지상화력 체계를 패키지로 운용하는 첫 선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