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분담금 속인 인니와 다르다" 미리 21억 달러 보내며 한국 무기로 무장한 '이 나라'

aubeyou 2026. 1. 28. 20:52

8조 9,814억 원 규모 K2 2차 계약, 선수금만 21억 달러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2차 이행계약(약 8조 9,814억 원, 미화 약 65억 달러)에 대해, 계약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21억 달러 규모 선수금을 최근 수령했다.

 

원래는 폴란드 국책개발은행 BGK의 국제 금융 계약을 올해 1분기까지 마무리하면 되는 구조였지만, 2025년 말 BGK가 일찍 대출 계약을 끝내면서 현대로템도 선수금을 ‘예정보다 앞당겨’ 받게 됐다. 업계에서는 “통상 대형 방산 계약에서 금융 구조가 지연되면 선금 지급도 늦어지기 쉬운데, 이번에는 폴란드가 먼저 속도를 낸 셈”이라고 해석한다.

BGK·산탄데르·수출입은행이 짠 ‘9조 원 금융 패키지’

 

폴란드 측의 조기 지급에는 정교하게 짜인 금융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BGK는 K2 2차 계약 이행을 위해 스페인 방코 산탄데르, 산탄데르 폴란드, 한국수출입은행과 총 65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한국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보증·보험을 제공해, 폴란드가 달러·유로 표시 저금리 자금을 글로벌 은행들로부터 조달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 역할을 맡았다.

 

수출입은행의 13억 유로 방산 수출금융에는 하나은행 3억 유로 대출도 포함되며, 만기는 17년, 원리금 분할 상환 조건으로 통상 방산 금융(10년 안팎)보다 상당히 길게 짜였다.

1차 180대 인도 완료, 2차 180대+계열차량·기술이전

 

현대로템은 이미 2022년 체결된 1차 계약에 따라 K2GF(갭필러·한국형 표준형) 전차 180대 공급 계약을 맺었고, 2024년까지 180대 인도를 사실상 완료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2차 계약 역시 180대 분량이지만, 단순 완제품 공급이었던 1차와 달리 2차에는 폴란드형 K2PL 개발·생산과 81대 규모의 교량전차·구난전차·장애물개척전차 등 계열차량, 탄약·예비부품·후속 군수지원, 대규모 기술이전 패키지가 포함된 ‘확장형 계약’이다. 폴란드 국방부는 이를 “러시아 침공 이후 추진해 온 대규모 재무장 계획의 핵심 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2026~2027년 116대는 창원에서, 나머지 K2PL은 폴란드에서

 

세부 일정도 구체적으로 짜였다. 2차 계약 물량 중 116대는 2026~2027년 사이 한국 창원 공장에서 K2GF 형식으로 생산돼 폴란드로 인도된다. 이후 64대(또는 61대 수준으로 알려진) K2PL은 폴란드 남부 글리비체 인근 부마르‑와벤디(부마르‑라뼁디) 공장에서 현지 조립·생산할 계획이다.

 

첫 3대의 K2PL 시제 차량은 한국에서 만들어 기술 검증과 교육용으로 쓰고, 나머지 양산분은 2028~2030년 사이 폴란드에서 본격 생산된다.

“문서만 2,000쪽”이라는 기술이전, 유럽 허브 노리는 폴란드

 

현대로템과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라뼁디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은, “계약 문서 분량만 2,000페이지가 넘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대하다.

 

전차 차체·포탑·사격통제·현수장치·파워팩 통합 등 핵심 공정에 대한 단계적 이전과 더불어, 향후 유럽 제3국 공급을 염두에 둔 공동 마케팅·수출 조항도 포함돼 있다. 폴란드는 K2PL의 현지 조립·개량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내 한국형 전차·계열차량의 생산·정비 허브로 자리 매기겠다는 구상이다.

“선수금 30% 조기 지급”이 갖는 의미

 

이번에 폴란드가 전체 계약의 30%에 달하는 21억 달러를 조기에 지급한 것은,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구매국들이 분담금 축소·지연을 시도해 논란을 일으킨 사례와 대조된다. 폴란드는 2024년 기준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어서며, 향후 2~3년 동안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하는 재무장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이 중 K2 전차 패키지는 핵심 지상전력 사업으로, 정부·BGK·PGZ가 한 팀이 돼 금융·생산·운용까지 동시에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선수금을 빨리 보내야 창원 생산라인 증설과 부품 발주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폴란드가 잘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현대로템, ‘철도회사’에서 ‘K2 회사’로 변신

 

폴란드 프로젝트는 현대로템 사업 구조를 사실상 ‘방산 중심’으로 바꿔 놓고 있다. 삼성증권·미래에셋 등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방산 매출 비중은 2021년 31% 수준에서 2023년에 철도 부문을 처음 추월했고, 2024년에는 약 54%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024년 하반기 방산 사업이 전체 이익의 90% 이상을 책임진 것으로 분석돼, 실질적 이익 엔진은 K2 수출을 중심으로 한 ‘디펜스 솔루션’ 부문이 됐다. 한 리포트는 2025년 방산 수출 비중을 57~58%, 2027년에는 66% 이상으로 전망하며, “폴란드 K2PL 2차 물량 60여 대에 대한 매출 인식이 2025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란드 “2026~2030년 전력화”…K2 이후도 노린다

 

폴란드 국방부와 싱크탱크 보고서를 보면, K2 도입은 단발성 계약이 아닌 1,000대 규모 프레임워크의 일부로 설계돼 있다. 1·2차 합쳐 360대 확정 이후에도 추가 물량·개량 사업 여지가 남아 있어, 현대로템과 폴란드 방산업계는 향후 수십 년간 전차 개량·정비·부품 공급에서 협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FA‑50 전투기 등 다른 K‑방산 패키지까지 더해져, 폴란드는 유럽 내 대표적인 ‘한국제 무기 운용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돈부터 보내고 공장까지 짓는 나라”가 의미하는 것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차는 지금 필요한 무기”라는 현실론에 따라 서방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산 무기를 선택한 국가다. 선수금 21억 달러를 조기에 보내고, 자국 방산 공장을 K2PL 생산기지로 바꾸는 데까지 합의한 이번 행보는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중·장기 안보 파트너로서 한국을 택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한국 입장에선 단일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한 동시에, 유럽 본토에 ‘롤링 생산·정비 거점’을 구축해 추가 시장으로 나아갈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