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미국 사령관" 대를 이어서 대한민국을 지켜줬지만 알려지지 않은 미국인 가문

aubeyou 2026. 1. 27. 19:35

문재인이 건넨 최고등급 보국훈장과 ‘호랑이 칼’

 

2021년 7월 1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이임 서훈식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했다. 통일장은 국가안보에 뚜렷한 공을 세운 이에게 주는 보국훈장 5개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1등급으로, 현직 미군 지휘관에게 수여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에이브럼스에게 호랑이 문양이 새겨진 전통 환도(‘호신문장환도’)도 함께 전달하며,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용맹과 헌신에 대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노란 장미와 메리골드, ‘동맹의 의미’를 담은 꽃다발

 

당시 청와대는 에이브럼스의 부인에게도 각별한 예우를 했다. 문 대통령은 ‘완벽한 성취’를 의미하는 노란 장미, ‘우정’을 상징하는 메리골드, ‘평화’를 상징하는 데이지로 구성된 꽃다발을 전하며 “한미 양국의 우정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 측은 이 조합이 ‘동맹의 성취·우정·평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고, 부부가 함께 이룬 동맹 기여를 한국이 공식적으로 기념한 순간이기도 했다. 에이브럼스는 “큰 영광이며 매우 겸허한 마음이 든다”며, 이 훈장을 자신이 아니라 한미 양국 군인과 유엔사 회원국 장병들을 대신해 받겠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1953년, 형은 DMZ, 또 다른 형은 2사단장”

 

이날 오찬에서 에이브럼스는 “한국 방위에 기여하는 에이브럼스 가업을 물려받았다”고 말하며, 가족의 한반도 인연을 조목조목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는 1953년 한국전쟁에, 큰 형은 1962년 비무장지대(DMZ)에, 둘째 형은 1993~1995년까지 미 2사단장으로 한국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장인과 매형도 한국 근무 경력이 있다고 덧붙이며, “우리 가족에게 한국은 단순한 근무지가 아니라 ‘애틋한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13개의 별’이 달린 군인 집안, 에이브럼스 가문

 

에이브럼스는 미국 육군의 대표적인 군인 가문 출신이다. 그의 부친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장군은 베트남전 사령관과 미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인물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위키 등 공개 자료에 따르면, 에이브럼스 가문은 아버지와 두 형, 로버트 본인까지 합쳐 별(장성 계급장)이 모두 13개에 이르는 ‘스타 가문’으로 기록된다.

 

장남 크레이턴 W. 에이브럼스 3세는 준장, 둘째 형 존 N. 에이브럼스는 미 육군 교육사령관까지 오른 대장 출신이며, 로버트 에이브럼스 역시 대장으로 예편했다. 한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가문이 수십 년에 걸쳐 미국 육군 핵심 직책을 맡아온 셈이다.

한국과 함께한 3세대 ‘군인의 시간’

 

에이브럼스가 말한 대로, 이 가문이 한국과 맺은 인연은 세대에 걸쳐 이어졌다. 부친은 정전 협정 체결 직전이던 1953년 한국전쟁에 투입돼 한반도의 ‘휴전선’을 함께 목격했고, 큰 형은 1962년 DMZ 인근 부대에서 복무하며 막 형성된 군사분계선 일대 긴장을 직접 경험했다.

 

둘째 형 존 N. 에이브럼스는 냉전 말기였던 1990년대 초 미 2사단장으로 한국 중부 전선 방어를 책임졌다. 그리고 로버트 에이브럼스가 2018년 11월부터 2021년까지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하며, 남북·미북 대화가 교차하던 한반도 안보의 최전선에 섰다.

“한미연합 방위 태세가 최대 억제력”

 

에이브럼스는 재임 기간 내내 한미연합훈련과 연합 방위 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결속과 연합방위가 “어떤 잠재적 적에 대해서도 단일 최대 억제력”이라고 표현하며, 실기동 훈련 축소와 전작권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한국 정부와 시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이임 오찬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 재임 기간 한미동맹은 더 굳건해졌고, 9·19 군사합의 이행과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방위에 기여하는 가업을 이어받았다”는 말의 의미

 

에이브럼스가 자신과 가족의 한국 근무 이력을 ‘가업’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상징성이 크다. 그에게 한반도는 한 번 스쳐 지나가는 파견지가 아니라, 아버지와 형들이 거쳐 간 ‘두 번째 전장’이자 ‘두 번째 집안 이야기’다.

 

실제로 미군 내에는 세대에 걸쳐 한국에 복무한 가족 이야기가 적지 않은데, 콜로라도 출신 버바(Edwin H. Burba) 가문처럼 3대에 걸쳐 한국전·주한미군 지휘를 이어간 사례도 있다. 에이브럼스 가문 역시 그런 ‘한미동맹 가족사’의 대표적인 얼굴로, 공식 기록에는 많이 남지 않았지만 동맹 관계를 현장에서 지탱해 온 상징적 존재로 평가된다.

'라카메라·아퀼리노가 본 ‘에이브럼스의 바통’

 

이임식에는 후임 한미연합사령관인 폴 라카메라, 인도·태평양사령부 존 아퀼리노 사령관, 주한 미국대사 대리 등이 참석했다. 라카메라는 과거 DMZ 인근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전임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바통을 이어 한미동맹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역내 평화의 핵심축은 한미동맹”이라며, 이날 행사에서 “동맹이 왜 이렇게 강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눈에 띄지 않는 가족사와 희생들이 쌓여야만, ‘핵심축’이라는 표현이 실제 힘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멋진 경험을 잊지 않을 것”…고별 영상 속 약속

 

에이브럼스는 주한미군 페이스북에 공개한 고별사 영상에서 “지난 71년 넘는 세월 동안 한미 양국과 장병들은 한반도에서 우수성과 안보, 자유, 평화의 유산에 기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육·해·공·해병대, 그리고 유엔 전력제공국 장병들과 함께 복무할 수 있었던 것을 “최상의 경험”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결코 이 멋진 경험을 잊지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과 미국은 여러분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기여한 부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브럼스가 떠난 뒤에도, 한국을 ‘두 번째 고향’처럼 여기며 돌아온 또 다른 세대의 미군 장병들이 그의 말처럼 동맹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