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방산 영업이익 3조 6천억 원, 처음 깨진 숫자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 기업 83곳의 2024년 방산 부문 영업이익은 3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방산 매출도 2023년 20조 2,000억 원에서 2024년 26조 8,000억 원으로 32.6% 증가해, 이익뿐 아니라 외형 성장도 동시에 이뤄졌다. 업계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쌓인 수출 계약들이 2023년부터 반영되기 시작했고, 2024년에 본격 실적 시즌을 맞은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9·FA‑50·K2·천궁…수출이 ‘이익 구조’를 바꿨다
이익 급증의 중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현대로템, LIG넥스원으로 대표되는 ‘빅4’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이집트 등으로 K9 자주포와 탄약을 대규모 수출하며, 2024년 누적 영업이익만 2조 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KAI는 FA‑50 경공격기와 KT‑1, 헬기·훈련기 수출로 수조 원대 수주잔고를 쌓았고, 현대로템은 폴란드·노르웨이 등으로 K2 전차 수출을 확대하며 방산 부문 이익이 전년 대비 2.5배 이상 뛰었다. LIG넥스원은 중동·동유럽에 천궁(M‑SAM)과 각종 유도무기를 연달아 수출하면서 ‘수출형 유도무기 전문업체’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2025년엔 매출 40조, 영업이익 5~6조 전망
재무 데이터 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해외 리포트는 2025년 한국 방산 빅4의 합산 매출이 처음으로 4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본다. 에프앤가이드 추정치에 따르면 2025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KAI·LIG넥스원의 매출은 약 40.9조 원, 영업이익은 5.2조~5.3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코리아헤럴드는 “수년간 체결된 대형 수출 계약이 실물 인도로 이어지면서, 방산 전체 영업이익이 이르면 2026년에 6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업계 관측을 전했다. 일부 국내 분석은 2025~2026년 전체 업계 기준 6조 원 중후반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폴란드, 천무 5.6조 계약…누적 12조 넘긴 K‑로켓
실제 수주 규모를 보면 ‘선 넘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2025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5조 6,000억 원 규모의 천무(CGR‑080) 다연장 로켓 시스템 3차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1차(5.03조), 2024년 2차(2.2조)에 이어 누적 계약액만 12조 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번 계약에는 폴란드 현지 합작법인(Hanwha‑WB)을 통한 생산라인 구축과 탄약 현지 생산이 포함돼, 단순 수출을 넘어 ‘폴란드판 K‑방산 생산기지’를 만드는 내용도 담겼다.

유럽·중동 재무장, “5년간 1,400조 시장 열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재무장 계획을 내놓고 있다. 독일·프랑스·폴란드 등을 포함한 유럽 전체 국방비 증액 계획은 향후 5년간 최대 8,000억 유로(약 1,4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동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UAE·이라크 등이 장거리 포병·유도무기·방공망 도입을 늘리며 신형 무기 수요를 크게 키우고 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미국·유럽 다음 가격대, 그러나 서방 규격에 근접한 품질’이라는 위치를 선점해, 다수 국가의 대안 공급자로 떠오른 상태다.

캐나다 잠수함·노르웨이 천무…다음 대형 승부수
향후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잠재 수주로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과 노르웨이 다연장 로켓 사업이 꼽힌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함께 60조 원 규모인 캐나다 순찰잠수함(CPSP) 사업에서 독일 TKMS와 최종 경쟁 중이며, 정부 특사단이 자동차·에너지·항공 투자 패키지까지 묶은 ‘원팀 전략’으로 수주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노르웨이의 약 19억 달러(2조 원대) 다연장 로켓 조달 사업에서 천무를 제안했으며, 이미 폴란드 실적과 조기 납품 능력을 내세워 유럽제와 경합 중이다.

미국·나토 시장까지 겨냥하는 K‑방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나토 시장 진입 여부가 변수다. LIG넥스원은 소형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고, KAI는 10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UJTS) 사업 참여를 준비 중이다.
이 사업에서 FA‑50·T‑50 계열이 선정될 경우, 생산·정비·훈련까지 수십 년에 걸친 수주 효과가 기대된다. 대한항공·한화시스템 등도 미국·나토를 겨냥한 무인기·우주·레이더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어, ‘전통 수입국’이었던 한국이 일부 분야에선 공급국으로 역할을 바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왜 세계가 K‑방산을 택했나: 가격, 납기, 품질
업계와 해외 매체들은 한국 방산 성장의 핵심 요인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서방 무기 대비 70~80% 수준의 가격 경쟁력. 둘째, 이미 국내군에서 다년간 운용해 본 양산형 플랫폼 기반이라, 단가·납기 예측이 가능하고 실제 인도 속도가 빠르다는 점. 셋째, 폴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 나토 회원국에서 실사·훈련을 통해 검증된 신뢰성이다.
한마디로 “비싸고 느린 서방 무기와, 신뢰도가 떨어지는 저가 무기 사이의 틈새”를 한국이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