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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가 "초호화 저택 대신" 자신만의 군부대를 창설했다는 '이 사람'

aubeyou 2026. 1. 24. 23:52

곡물 재벌에서 ‘전선 사령관’으로

 

브세볼로드 코제먀코(1969년생)는 우크라이나 최대 곡물 생산·보관·수출 업체 중 하나인 아그로트레이드 그룹(Agrotrade Group)의 창업자이자 CEO다. 포브스 우크라이나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약 1억 달러 상당으로 평가되며, 회사는 우크라이나 전역 약 7만 헥타르 이상의 농지를 관리하는 대형 농업 기업이다. 전쟁 이전 그의 SNS에는 알프스 스키 여행, 요트 크루즈 등 전형적인 상류층 라이프스타일 사진이 가득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전면 침공을 시작하자, 많은 부유층이 가족과 자산을 해외로 옮기던 와중에도 코제먀코는 고향 하르키우에 남았다. 그는 “사업가인 동시에 이 나라 국민이며, 지금은 떠나는 것보다 남아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인터뷰에서 반복했다.

자비로 만든 ‘하르티야’, 일명 ‘억만장자 부대’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코제먀코는 동료 사업가들과 함께 자원봉사 경보병 부대 ‘하르티야(Khartia, 헌장)’를 창설했다. 초기에는 하르키우 127 영토방위여단에 속한 자원부대 형태로 출발했지만, 이후 독립적인 경보병 대대·여단급 전력으로 성장했고, 현재는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13차 ‘하르티야’ 작전여단의 기반이 됐다.

 

하르티야는 민간 자원자들로 구성된 경보병 부대로, 초기 병력은 수백 명 수준이었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1,500~5,000명 선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와 차량, 훈련비 상당 부분을 코제먀코와 다른 부유층 후원자가 부담해 현지에서는 ‘억만장자 부대’(billionaire’s battalion, billionaire’s brigade)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나는 사업가이자, 지금은 군 지휘관이다”

 

코제먀코는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라 정식 지휘관으로 군복을 입고 전선에 나선 점에서 눈길을 끈다. NPR 등 외신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사업가이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군 부대의 지휘관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직접 훈련·작전 계획에 관여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하르티야는 형식상 우크라이나 군 지휘 체계의 명령을 받지만, 물자·운영은 상당 부분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민간 자금 기반 부대’에 가깝다. 코제먀코와 후원자들은 차량, 드론, 통신장비, 야시경 등 첨단 장비를 적극 도입해, 일반 영토방위부대보다 높은 수준의 장비와 훈련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하르키우 방어에서 쿠피안스크까지, 전선에서의 실전 성과

 

하르티야는 처음에는 하르키우 북쪽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는 반격 작전에 투입됐다. 코제먀코는 “루스카 로조바(하르키우 북쪽 전선 마을)에서 우리 부대가 러시아군을 수 km 밀어냈고, 그 결과 하르키우 시내에 떨어지는 포탄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2026년 들어 하르티야는 하르키우 북·동부와 루한스크 경계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인 쿠피안스크 전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현지 군사 분석에 따르면, 하르티야는

  • 철도 교차점, 강(오스킬강) 접근로
  • 도시 중심부 병목지점
    에 ‘집중 살상 지대(kill zones)’를 설정해 러시아군 기갑·보병을 반복적으로 타격했고, 기습 후 신속히 이탈하는 전술로 적에게 상당한 손실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하르티야는 쿠피안스크 시청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다시 게양하는 데 기여하며, 병력 부족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군에 큰 사기 진작 효과를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드론과 현대기술로 무장한 ‘정예 자원부대’

 

하르티야의 전술적 특징은 드론·정밀 표적 지정·고성능 통신장비를 적극 활용한 ‘소규모 기동·타격’이다. 텔레그래프와 군사 전문가들은 이 부대가 상업용·군용 드론을 복합 운용해 실시간 정찰·포격 조정·자폭 공격을 수행하며, 기존 영토방위부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C4ISR(지휘·통제·통신·정보·감시·정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하르티야는 민간 출신 자원자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특수전 경험자·전직 군인·IT·공학 분야 전문가들이 섞여 있어 새로운 장비·전술을 빠르게 시험하고 적용하는 ‘혁신 실험실’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내에서도 사실상 정예 공격부대급 위상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전쟁 끝나면 다시 사업가로”…그러나 지금은 전쟁 중

 

코제먀코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다시 시민, 사업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국가를 지키는 것이 유일한 임무이며,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옷을 갈아입을 생각은 없다”고 덧붙이며 전장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키이우 국제경제포럼 등에서 그는 전쟁 이후 계획에 대해 “농업·인프라 재건,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국방 산업·기술 스타트업 육성”을 언급한 바 있으나, 시점과 구체적 내용은 모두 ‘전쟁 종식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유

 

국제 언론과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코제먀코의 행보를 부유층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다하는 대표적 사례로 소개한다. 러시아 침공 직후 상당수 자산가·정치 엘리트가 서유럽·중동 등으로 가족과 자산을 이동한 것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 등은 “코제먀코는 막대한 재산으로 초호화 저택과 요트, 망명 생활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돈과 네트워크를 병력·장비에 쏟아부어 ‘억만장자 부대’를 만들었다”며 “전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억만장자 부대’가 던지는 질문

 

코제먀코와 하르티야의 사례는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국가와 엘리트, 민간 자본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불러왔다. 한편에서는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전쟁 비용을 민간이 보완하는 긍정적 모델”로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개인 자본에 의존하는 부대가 늘어날 경우, 전후 정치·경제 권력 구조에서 새로운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와의 전쟁 한복판에서 브세볼로드 코제먀코가 선택한 길이 호화 은둔이 아니라 군복과 전선이었다는 점이다. 그의 ‘하르티야’가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사에 어떤 장으로 기록될지는, 이 전쟁의 결말과 그 이후 우크라이나 사회가 엘리트와 시민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