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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중국 공격으로부터 지켜준다고 했다가" 대만 대통령보다 인기 많다는 '이 총리'

aubeyou 2026. 1. 23. 01:32

‘대만 유사시 개입’ 한마디가 만든 상징성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에서 ‘안보 아이콘’이 된 출발점은 작년 11월 일본 국회 답변이었다. 그는 중국의 군사 압박과 관련해 “대만 유사시(有事)에는 일본이 미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 한마디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이 발언이 “만일의 사태에 일본이 우리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며 강한 호응을 얻었다.

이후 대만 주요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 해외 순방, 패션, 소소한 발언까지 연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일본 매체 ‘데일리신초’는 “대만 언론의 다카이치 보도량과 관심도는 이전 어느 일본 총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라이칭더 총통도 나선 ‘친일 퍼포먼스’

 

다카이치 발언 직후, 대만 정치권과 민간에서는 ‘친일 캠페인’이 잇따랐다.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일본 후쿠시마 등 수산물에 대한 중국의 수입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산 해산물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일본 지지 메시지를 냈다.

대만 저가 항공사 타이거에어는 “중국인이 일본에 가지 않는다면 대만인이 더 많이 가자. 빈 좌석이 없도록 만들자”는 문구의 캠페인을 전개했고, 여행사들은 일본행 패키지를 잇달아 내놓으며 ‘일본 가기 붐’을 키웠다. 이 흐름 속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단순한 외국 정상 이상의 ‘대만의 안보를 언급해 준 외국 지도자’로 상징화됐다.

대만 식품회사까지 만든 ‘다카이치 초콜릿’

 

흥미로운 건 이런 호감이 소비·문화 영역으로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대만 식품업체 이메이식품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을 기념해 ‘다카이치 내각 탄생 기념 대만·일본 우호 초콜릿’을 제작해 관계자들에게 배포했다. 초콜릿 포장에는 “다카이치 사나에님, 내각총리대신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만은 언제나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일본!” 같은 문구가 인쇄된 버전과, 일본에서 그의 발언을 계기로 유행어가 된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働いて働いて働いて働いて働きます)”라는 문구를 넣은 일러스트 버전 두 가지가 만들어졌다.

 

애초 비매품이던 이 초콜릿은 TV·신문·SNS 보도로 화제가 되면서, 2025년 12월부터 이메이식품 직영점에서 주문 판매로 전환됐다. 대만 집권 민진당 황제(黃捷) 의원은 자신의 SNS에 초콜릿 사진을 올리며 “멋진 초콜릿이 나왔다. 일본 화이팅, 다카이치 화이팅”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일본 내 지지율 75%, ‘사나에 열풍’

 

다카이치 인기는 일본 국내에서도 고공행진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TV도쿄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취임 두 달째인 2025년 11월 기준 75%를 기록해,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다른 주요 신문 12월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67~7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본 보수층은 그를 ‘안보·경제를 동시에 챙기는 실무형 지도자’로, 중도층은 “말보다 일을 먼저 하겠다”고 선언한 실천형 리더로 평가하고 있다. “워라밸은 뒤로하고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취임 당시 발언은 일본 내에서 밈(meme)처럼 회자되며, 성실한 이미지에 힘을 보탰다.

“들고 나오면 품절” 총리 애용품 완판 행진

 

높은 지지율은 곧바로 ‘완판 현상’으로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그가 총리 취임 후 처음 관저에 들어갈 때 들고 있던 검은색 토트백이다. 이 가방은 145년 역사의 일본 가죽 브랜드 ‘하마노피혁공업’이 약 30년 전부터 판매한 ‘그레이스 딜라이트 토트백’으로, 나가노현 공장에서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고가 제품이다.

 

가격은 13만 6,400엔(약 129만 5,000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다카이치 취임 직후 주문이 폭주해 전량 품절됐다. 업체는 홈페이지에 “이미 9개월 치 물량이 예약돼 있어 추가 주문분은 8월 말 이후 출하 가능하다”며 사과문을 띄워야 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가 사용한 미쓰비시 ‘제트스트림 4&1’ 다기능 볼펜 역시 출시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총리 펜”으로 불리며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 화장품·김까지 ‘취향 저격’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김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화장품도 사용하고 있고, 한국 드라마도 본다”고 밝혀 한국 대중문화·제품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이 발언 이후 한국산 김·화장품 일부는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총리가 좋아하는 제품’이라는 소개와 함께 언급되기도 했다.

 

2025년 10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그의 취향을 고려해 한국산 화장품과 김을 선물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가마쿠라시 제작 바둑알·바둑통 세트를 답례로 건넸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일부는 이를 계기로 “다카이치 총리가 쓴다”는 입소문을 타며 일본 내 인지도가 재차 상승했다.

대만이 열광하는 이유: ‘반(反)중국’과 ‘친(親)대만’

 

대만에서의 다카이치 인기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 중국과의 긴장 속에서 ‘우리 편을 자처한 외국 지도자’에 대한 심리적 의존이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군사훈련과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총리가 공공연히 “대만 유사시 일본이 미국과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대만 입장에서는 안보 보증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치학자들은 “대만 사회의 불안과 위기감이 다카이치라는 특정 인물에 대한 과도한 호감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외국 정상 얼굴이 들어간 초콜릿이 매진되는 사례는 외교·안보 메시지가 소비문화로까지 번진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분석한다.

대만 대통령보다 인기 많은 ‘외국 총리’라는 역설

 

여론조사에서 라이칭더 총통 지지율이 40% 안팎에 머무는 가운데,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이 70%대를 기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만 인터넷에는 “우리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가 더 좋다”는 농담 섞인 댓글도 늘고 있다. 대만 정치인들이 앞다퉈 SNS에 다카이치 초콜릿·일본 여행 사진을 올리며 친일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은, 동아시아 지정학과 여론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다카이치 사나에는 일본 국내에서는 ‘일하는 총리’ 이미지로, 대만에서는 ‘중국에 맞서 우리를 언급한 외국 지도자’라는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의 이름이 적힌 토트백과 초콜릿, 볼펜, 한국 화장품까지 팔려나가는 지금의 현상은, 정치적 메시지와 대중 소비 문화가 맞물리며 만들어낸 독특한 시대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