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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위 기업 삼성이" 작정하고 비밀리에 만든 '한국 최초의 전투기' 정체

aubeyou 2026. 1. 23. 01:31

삼성이 남긴 ‘숨은 전투기 유산’

 

삼성이 “한국 1위 기업” 타이틀을 달기 훨씬 전부터 군용기와 자주포를 만들며 방위산업의 핵심 플레이어였고, 그 과정에서 사실상 ‘한국 최초의 전투기’에 해당하는 사업까지 손을 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은 간판에서 삼성 이름이 사라졌지만, KF-16·T-50·KF-21로 이어지는 국산 전투기 계보의 출발점에는 삼성항공(삼성에어로스페이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병철이 세운 비밀스러운 방산 회사

 

삼성의 방산 역사는 1977년 이병철 회장이 삼성정밀공업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회사는 겉으로는 정밀기계 기업을 표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주포와 장갑차 같은 지상 무기 국산화를 목표로 한 방위산업 조직이었다. 1984년 미 M109A2를 기반으로 한 155mm 자주포 K55 양산에 성공했고, 이어 K200 장갑차·K77 사격지휘장갑차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지상전투장비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이 경험이 훗날 세계 시장에서 히트작이 되는 K9 자주포의 토대가 된다.

‘삼성항공’으로 변신, 하늘을 노리다

 

1987년 삼성정밀공업은 사명을 삼성항공산업(삼성항공)으로 바꾸고 항공우주 분야로 눈을 돌렸다. 당시 국방부와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KFP)과 훈련기 국산화 계획을 추진 중이었고, 삼성은 지상 무기에서 축적한 기술을 항공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사천에 대형 조립공장을 짓고, 미국·유럽 항공사로부터 부품·구조물 제작을 수주하면서 생산 기반을 다졌다. 목표는 단순 조립을 넘어, 국산 전투기 개발의 주 사업자가 되는 것이었다.

KF-16, 한국이 직접 찍어낸 첫 전투기

 

1985년 시작된 한국형 전투기 사업(KFP)에서 한국 공군은 F-16C/D 블록 52를 차세대 전투기로 결정했고, 1986년 삼성항공이 주계약 업체로 선정됐다. 1차 물량 12대는 미국에서 완제품으로 들여왔지만, 이후 36대는 미제 부품을 국내로 들여와 삼성항공이 면허 생산했고, 나머지 92대는 주요 부품 일부를 국산화해 조립·생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체가 오늘날 공군의 주력인 KF-16이다. 1994년 사천 공장에서 조립을 시작해 2000년까지 140대를 생산하면서 국내에는 항공기 전체 시스템 통합, 기체 구조 제작, 배선, 시험비행 능력이 쌓였다. 실질적인 ‘한국 최초 전투기 양산 라인’을 운영한 주체가 삼성항공이었던 셈이다.

KTX-2에서 T-50으로, 국산 초음속의 탄생

 

F-16 면허 생산으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한 삼성항공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체 전투기·훈련기 개발인 KTX-2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1989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초음속 고등훈련기 필요성을 제기했고, 1990년 삼성항공이 개발 주사업자로 선정된 뒤 현대우주항공과 대우중공업 항공부문이 공동 참여했다.

 

이 KTX-2 개발이 바로 오늘날 T-50 ‘골든이글’로 이어진다. 삼성항공(통합 후 KAI)은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F-16을 축소한 형상의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설계·개발했고, 2002년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05년부터 공군에 실전 배치됐다.

T-50·FA-50, ‘사실상 첫 국산 전투기’가 되다

 

정부 공식 자료는 T-50을 “대한민국이 자체 설계·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이자 국산 고등훈련기”라고 정의한다. 개발 주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지만, 회사 모태가 삼성항공·현대·대우 항공 부문 통합이라는 점에서 “삼성이 씨앗을 심은 한국 최초의 전투기 플랫폼”이라는 평가가 붙는다.

 

T-50은 애초부터 전투기 전환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고, 시제기 일부는 공대지 미사일과 유도폭탄을 운용하는 A-50(FA-50의 초기 형태)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이 자체 설계한 기체에 전투용 레이더와 무장을 얹어 실전 투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FA-50 계열은 ‘사실상 첫 국산 전투기’로 불린다. 이 프로그램의 초기 기획과 형성기에 삼성항공 인력과 KF-16 생산 경험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상에선 K9, 세계 표준이 되다

 

항공과 별도로 삼성테크윈(구 삼성항공)은 지상 무기 분야에서 K9 자주포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다. 1989년 기초·탐색 개발을 시작해 1994년 시제품을 만들고, 1996년 시제 K9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후 한국군 도입과 함께 터키, 핀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호주, 인도 등으로 수출이 이어졌다.

 

K9은 52구경장 155mm 포와 자동 장전 시스템, 높은 기동성을 갖추어 세계 자주포의 표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화디펜스로 넘어간 뒤에도 한국 지상 방산의 간판 제품으로 남아 있다. 이 K9 개발에도 삼성항공·삼성테크윈, 국방과학연구소, 다수 국내 협력사가 참여해 국내 방산 생태계를 키웠다.

구조조정 속에서 이름은 사라지고, 기술은 남았다

 

IMF 이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항공우주 사업은 삼성·현대·대우가 각자 유지하기 힘든,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이 긴 사업으로 분류됐다. 결국 1999~2000년 사이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항공부문이 통합되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출범했고, 삼성은 직접적인 항공기 제조에서는 한 발 물러섰다.

 

지상 방산을 담당하던 삼성테크윈 역시 2014년 한화에 매각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로 편입됐다. 지금의 KAI와 한화 방산 회사 실무진 상당수가 당시 삼성·현대·대우에서 항공기와 자주포를 만들던 엔지니어들이라는 점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술 계보는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KF-21 보라매에도 남아 있는 삼성의 흔적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KF-21 보라매는 한국이 자체 설계·제작하는 첫 4.5세대 초음속 전투기로, 2022년 첫 비행에 성공하고 2026~2028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쌍발 GE F414 엔진, AESA 레이더, 제한적 스텔스 성능을 갖춘 플랫폼으로, F-35보다 저렴한 가격과 정비 편의성을 내세워 수출까지 노리고 있다.

 

KF-21 설계를 이끄는 KAI의 기반에는 KF-16 라이선스 생산 경험과 T-50·FA-50 설계·시험·양산 경험, 그리고 삼성·현대·대우 항공부문 통합으로 축적한 인력·공정·품질관리 체계가 깔려 있다.

‘사업보국’에서 시작해 생태계로 남은 유산

 

결국 이병철 회장이 내세운 ‘사업보국’ 기치는 1970~80년대 삼성 방산의 구호였지만, 지금은 삼성이라는 이름을 넘어 한국 방위산업 전체의 기초 체질로 남아 있다.

 

삼성은 직접 전투기 개발에서 손을 뗐지만, K55와 K9, KF-16, KTX-2·T-50 초기 개발을 통해 남긴 기술, 인력, 제조 노하우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화 방산 계열사로 흡수돼 오늘날 국산 전투기와 자주포, 미사일 체계의 밑바탕이 됐다. 그래서 “삼성이 작정하고 비밀리에 만든 한국 최초의 전투기”라는 표현은 특정 기체 하나를 가리키기보다, KF-16과 T-50·FA-50, 그리고 KF-21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전투기 산업 전체의 출발점에 삼성항공이 있었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