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억 달러 제안, 단순 구매 아닌 ‘전투기 동맹’ 구상
UAE 정부 고위 인사와 공군 관계자는 2025년 4월 방위사업청·KAI를 방문해 KF-21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여기에는 4.5세대 KF-21 기본형 도입뿐 아니라, 성능개량형(블록 2·3) 공동 개발, 공동 수출, 현지 생산, 일부 기술 이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025년 8월 UAE 국방차관이 경남 사천 공군기지에서 KF-21 시제기에 직접 탑승해 시험비행을 체험하면서 협력 논의는 한층 구체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 때 양측은 항공·방산·첨단산업 분야에서 150억 달러 이상 수주 가능성을 언급하며, KF-21을 축으로 한 ‘종합 가치 사슬(Value Chain)’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인도네시아 체납 난항, “우리가 대신 내겠다”는 UAE
원래 KF-21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개발비를 8:2 비율로 나누는 공동 개발 사업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약 1조 6천억 원(감액 후 1조 6,245억 원)을 부담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자료 이전을 받기로 했으나, 재정난과 정치 이유 등으로 분담금을 수년째 체납해 왔다. 일부는 팜유·생고무 같은 현물로 지급하겠 다는 ‘연계무역(counter trade)’ 방식까지 제안해 사업 불안이 커졌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UAE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UAE는 “인도네시아가 미납한 KF-21 개발 분담금을 대신 납부할 수 있다”고 밝히며, 체납분을 현금으로 정리하고 자신들이 새로운 파트너로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일부 매체는 UAE가 “인니가 냈던 돈의 36배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식의 강한 의지를 보여 인도네시아를 사실상 대체할 카드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KF-21 성능, 왜 UAE가 탐내나
KF-21은 최대 속도 마하 1.8, 실질 전투 반경 약 1,000km 이상을 목표로 하는 4.5세대급 다목적 전투기로, AESA 레이더·적외선 탐색추적(IRST)·전자전 장비를 탑재해 F-16·F/A-18급을 대체하는 플랫폼이다. 시제기 6대로 42개월 동안 1,600회 이상 비행시험을 단 한 건의 중대 사고 없

이 마무리하며 2026년부터 공군 초도 전력화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UAE는 이미 프랑스 라팔, 미국 F-16E/F 등을 운용하는 공군 강국이지만, 미국의 F-35 도입이 대(對)이란·대이스라엘 관계, 기술 이전 조건 등으로 지연·불투명해지자 ‘새로운 옵션’을 찾고 있다. KBS 등은 “UAE가 한국산 KF-21 도입과 성능 개량, 현지 생산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가격은 F-35의 70~80% 수준이면서도 동급대비 운용비가 낮은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현지 생산·기술 이전…UAE가 원하는 것들
UAE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완제품 전투기를 사 오는 게 아니라, 자국 내에서 조립·생산하고 일부 기술을 내재화하는 구조다. 국민일보·동아비즈니스리뷰 분석에 따르면, UAE는 한국형 기본 설계와 핵심 기술은 한국이 쥔 상태에서, UAE 전용 형상의 KF-21 일부를 자국에서 조립하고 센서·전자장비·무장통합 일부 개발에 참여하며 중동·아프리카 등 제3국 수출에 공동 참여하는 ‘완성형 가치사슬 협력 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한국은 핵심 설계·소프트웨어·엔진·레이더 같은 고부가 영역을 유지하면서, 현지 조립·부품 생산·정비·훈련센터 구축을 통해 장기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UAE는 ‘단순 구매국’이 아니라 공동 개발국·생산국 지위를 얻어, 향후 6세대 전투기·무인전투기 체계 개발에도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블록 3·5세대형, “스텔스 버전 함께 만들자”
한국과 UAE가 논의 중인 핵심 중 하나는 KF-21 블록 3(개량형)부터의 공동 연구·개발이다. 코트라 보고서와 국내 언론에 따르면, 양국은 블록 III 단계부터 스텔스 성능 강화, 내부무장창, MUM-T(유·무인 복합운용) 기능 등을 포함한 ‘준 5세대급’ 업그레이드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아일보·굿모닝 인천 등은 “양국이 스텔스 기능이 적용된 5세대 KF-21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중동 등 제3국에 공동 수출하는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산업계에서는 UAE 도입 물량과 블록 3 공동개발까지 포함한 KF-21 관련 최대 계약 규모를 160억 달러 이상으로 잡는 시각도 있다.

인도네시아 탈락 위기, UAE가 ‘20% 지분’ 노릴까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프로그램에 남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재정·정치 변수로 인해 실제 분담금 납부는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전문가와 국내 일부 매체는 “인니가 공동개발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UAE가 20% 지분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개발비 부담이 줄고, 확실한 ‘현금 파트너’를 얻는 대신, 기술 이전·현지 생산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라는 난제가 남는다. 인니와의 기존 계약·기술 이전 약정, 미국 측 수출통제(ITAR) 등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K-방산 중동 공략, KF-21이 정점 될까
UAE와의 KF-21 파트너십은 이미 K9 자주포·천궁-II(천궁 블록 II)·천무 다연장로켓 등으로 중동에 안착한 ‘K-방산’의 다음 수순으로 평가된다. 150억 달러 패키지에는 지대공미사일·해군 플랫폼·무인기·우주·AI 협력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전투기 공동개발은 그 상징적 정점이다.
KBS는 “KF-21이 실전 배치를 앞두고 동남아·유럽·중동 등에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며, 폴란드·체코·사우디·말레이시아 등이 잠재 고객군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UAE가 첫 중동 고객이 된다면, 마치 폴란드가 K2·K9·FA-50 패키지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것처럼, 중동 시장 전체에서 ‘레퍼런스 국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돈 줄 테니, 대신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메시지
종합하면 UAE의 제안은 “KF-21이 필요하다면, 돈은 우리가 충분히 댈 수 있으니 단순 고객이 아니라 진짜 파트너로 인정해 달라”는 메시지에 가깝다. 인도네시아의 체납으로 불안정해진 사업 구조에 150억 달러급 자금을 집어넣고, 스텔스 개량·현지 생산·공동 수출까지 같이 가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개발비 부담을 줄이고, 중동·아프리카 시장에 강력한 발판을 마련할 기회인 동시에, 핵심 기술 유출·미국과의 조율·기존 파트너(인도네시아)와의 관계 재조정이라는 까다로운 숙제를 떠안는 선택이 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KF-21이 한국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한국이 전투기를 만들면 누가 사 줄까”라는 질문에 UAE가 매우 적극적인 답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