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 새 90만 명 피란, 사망자 80명대→100명대
연합뉴스TV와 현지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2월 초 재개된 태국·캄보디아 국경 교전은 2주 넘게 계속되며 최소 86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피해를 냈다. 이후 전투가 더 격화되자 최종 집계 기준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고, 국경 인근 학교 수백 곳이 문을 닫은 채 비상 대피령이 내려졌다. 피란민 규모는 태국 내 약 40만 명, 캄보디아 내 51만 명 이상으로, 두 나라를 합쳐 90만 명을 넘겼다는 추산이 나오면서 이전까지 알려졌던 80만 명 규모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휴전 협상은 계속, 그러나 포성도 계속
양측은 12월 말 긴장 완화를 위해 태국 동부 찬타부리주 국경 검문소에서 군·정부 대표단이 참석하는 휴전 회담을 열었다. 협상 시한은 이튿날까지였지만, 첫 회담은 30여 분 만에 결렬에 가까운 상태로 끝났고, 결국 27일까지 기한을 연장해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태국은 “캄보디아가 먼저 휴전을 선언하고 국경 지대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고수했고, 캄보디아는 태국이 먼저 공습을 멈추고 공격 헬기·전투기 출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협상 테이블과 전장이 동시에 돌아가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졌다.

F-16 폭탄 6발…‘폭격전’으로 번진 국경 분쟁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 공군이 F-16 전투기를 동원해 자국 영토에 폭탄 6발을 투하했다고 주장하며, 국경 지대 마을과 유적지가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캄보디아군이 먼저 포병·로켓 공격을 감행해 대응 차원에서 공군을 투입했다”고 반박했지만, 실제로 양측 모두 F-16, 그리펜, T-50 등 전투기와 드론, 다연장 로켓을 동원해 육해공 전방위 교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학교·주택가 인근까지 폭격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짐을 싣고 픽업트럭·오토바이·보트를 타고 국경과 도시를 떠나는 장면이 연일 언론에 포착됐다.

SNS·AI까지 동원된 ‘선전전’
전통 미디어뿐 아니라 SNS와 단편 영상 플랫폼에서도 양국의 ‘정보전’이 격화됐다. 캄보디아 측은 태국이 격전지 탈환을 알리며 공개한 영상이 “의도적으로 연출된 가짜 영상”이라며, AI 편집과 연출을 통해 실제 전투보다 과장된 승전 장면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반대로 태국은 캄보디아군 피해 장면이 담긴 원본 영상을 공개하며 “가짜뉴스는 오히려 캄보디아 쪽”이라고 맞서, 양측 정부·지지층이 서로의 주장을 SNS에서 확산시키는 선전전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실제 전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산 주력전차 VT-4, 포신 폭발로 ‘굴욕’
이번 교전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 중 하나는 태국 육군이 운용 중인 중국산 주력 전차 VT-4의 포신 폭발 사고였다. 나무위키 등 정리 자료에 따르면, 태국군이 도입한 VT-4 전차 2대에서 포신이 폭발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해당 차량들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됐고, 현장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며 중국산 무기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다. VT-4는 중국 노린코가 수출용으로 개발한 3세대 전차로, 태국은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독일·한국산 전차 대신 이 기종을 선택했지만, 실전에서 포신 파열·사격 오작동 사고가 반복되자 태국 내에서도 “값싼 무기가 결국 더 큰 비용을 초래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캄보디아 진지에서 발견된 ‘중국 최신 대전차 미사일’
중국 무기를 둘러싼 논란은 캄보디아 측에서도 터졌다. 태국군은 677고지 탈환 과정에서 캄보디아군 진지에서 중국제 최신형 대전차 미사일 GAM-102LR 여러 발을 노획했다고 발표했다. GAM-102LR은 중국 방산업체 폴리 디펜스가 개발한 5세대 유도 대전차 미사일로, 중국 인민해방군에서도 최근에서야 전력화되기 시작한 신형 무기로 알려져 있다. 아직 중국군 배치도 제한적인 무기가 캄보디아 전선에서 다수 발견되자, 태국과 서방 언론은 “이번 분쟁 배후에 중국의 은밀한 무기 지원이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중국은 “양쪽 다 도왔고, 분쟁과 무관” 반박
중국 정부는 즉각 “캄보디아에 무기를 지원해 분쟁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태국·캄보디아 양국 모두와 그간 국방 협력과 무기 거래를 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특정 국가만을 부추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사무 특별대표를 양국에 순차 파견해 ‘왕복 중재(shuttle diplomacy)’를 하겠다고 발표하며, 분쟁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미 GAM-102LR 노획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상황이라, 중국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중국산 무기를 피해 도망간 것”이라는 역설
아이러니하게도, 양국 민간인들이 피란길에 오른 직접 이유는 “중국 무기를 피해서”이기도 했다. 태국의 VT-4 전차, 캄보디아의 중국제 다연장로켓·무반동포·대전차 미사일 등이 국경 마을을 향해 오발·폭격을 일으키면서, 민간인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어느 쪽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을 피해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일부 군사 전문가는 “이번 전쟁은 중국산 무기가 양측에 깔린 가운데 벌어진 사실상의 ‘중국제 무기 쇼케이스’였지만, 정작 현장에서 드러난 것은 설계 결함·품질 문제와 불안정성”이라며 “시민들 입장에서는 중국 무기든 다른 무기든, 그저 떨어지는 폭탄을 피해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20일 만의 휴전 합의, 그러나 남은 상처
결국 태국과 캄보디아는 20일간의 교전 끝에 12월 27일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한 합의문에는 적대 행위 중단, 포격·공습 중지, 피란민 귀환을 위한 안전 보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양측에서 100명 안팎의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프레아 비히어 사원 주변을 비롯한 일부 유적·마을은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는 국경 갈등에 중국·미국 등 외부 세력의 이해관계와 무기 수출이 얽힐 경우, 작은 분쟁도 단기간에 대규모 인도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남겼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