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폭증 시대, 냉각이 ‘게임 체인저’로
인공지능 수요 폭증으로 데이터센터는 이제 국가 전력 소비를 좌우하는 거대 인프라가 됐다. 서버 연산량이 커질수록 발열·전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를 식히는 비용이 운영비의 절반 가까이 치솟는 상황에서 냉각 효율이 곧 데이터센터 입지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 결국 승부는 “누가 같은 전력·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연산을 안정적으로 뽑아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공랭 한계 넘는 ‘침수식 데이터센터’ 구상
이 흐름 속에서 서버를 절연 냉각액에 통째로 담그는 침수식 냉각이 차세대 해법으로 떠올랐다. 공기 기반 냉각은 열전달 효율이 낮아 막대한 팬·냉동기·공조 설비를 돌려야 하고, 그만큼 전력과 공간이 동시에 소모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침수식은 전기를 통하지 않는 액체로 열을 직접 빼내 동일한 전력·공간에서 훨씬 높은 냉각 효율을 낼 수 있어 이론상 매력적이었다. 다만 기술 장벽이 높아 주요 국가·글로벌 기업 모두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온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기포·내구성·누설, 상용화를 막은 세 난제
침수식 냉각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회의론을 낳았던 이유는 난제가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기포 발생 문제를 들 수 있다. 서버가 내뿜는 열로 냉각액 상태가 변하며 생기는 미세 기포는 열전달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품 표면에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를 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여기에 24시간 365일 고온으로 돌아가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냉각액 물성 변화와 부품·소재 열화가 수년 단위로 누적될 수 있다는 장기 내구성 이슈도 상용화의 큰 벽으로 지적돼 왔다. 여기에 액체를 쓰는 만큼 아주 미세한 누설까지 실시간 감지·대응해야 하는 안전성 문제까지 겹치며, “개념은 좋지만 운영에 올리긴 이르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국이 묶어낸 ‘운영 가능한 시스템’
한국이 주목받는 대목은 이 난제들을 각각의 단편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운영 체계로 풀어냈다는 주장이다. 우선 전기를 통하지 않으면서 고온에서도 물성이 안정적인 전용 절연 냉각액을 개발해, 기포 발생과 부품 손상을 동시에 줄였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어 2,000시간 이상 연속 운전 시험을 통과하며 “돌아간다”를 넘어 “오래 돌아간다”는 내구성을 입증했고, 설비 곳곳에 센서와 알고리즘을 결합해 미세 누설 가능성을 실시간 추적하는 AI 기반 감지 체계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냉각액이 좋아도 누설 감지가 허술하면 위험하고, 감지 시스템이 뛰어나도 냉각액이 오래 버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엮은 것이 상용화의 관건이었다.

전력 30~40% 절감·집적도 두 배가 의미하는 것
실증 단계에서 거론되는 수치도 눈길을 끈다. 기존 공랭식 대비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사용량을 약 30~40% 줄이고, 동일 면적 기준 서버 집적도를 약 두 배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결과가 전해진다. 전력 절감은 단순히 전기요금 부담 감소를 넘어, 전력망 용량이 제한된 지역에서도 더 많은 연산 장비를 돌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집적도 상승은 같은 부지·건물·변전 설비를 두고도 더 큰 용량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들고, 서버 간 거리를 줄여 지연 시간을 단축하는 설계도 가능하게 한다. 침수식 냉각이 “더 잘 식힌다”를 넘어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간·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로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 표준, 한국이 앞에 설까
한때는 “상용화까지 10년 이상”으로 여겨지던 침수식 냉각이 한국에서 이미 양산·실운영 단계까지 거론되는 것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차세대 데이터센터 표준 경쟁과 직결된다.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랙 규격, 전원 분배, 냉각·안전 규정이 한 번 굳어지면 수십 년 유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의 기술이 다음 세대 냉각 표준으로 채택되느냐는 문제는 곧 글로벌 AI 인프라 주도권과도 맞닿아 있다. 여러 국가와 기업이 한국식 침수식 냉각을 데이터센터 확장 전략의 유력한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도 10년은 걸린다”던 기술을 실제 돌릴 수 있는 형태로 현실화한다면, 차세대 데이터센터 표준의 주도권이 한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