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고-Ⅲ Batch-Ⅱ의 첫 함, 건조 과정과 제원
장영실함은 2019년 건조 계약이 체결된 이후 2021년 착공, 2023년 기공을 거쳐 2025년에 진수된 장보고-Ⅲ Batch-Ⅱ 사업의 첫 결실로, 2027년 말 실전 배치가 목표로 잡혀 있다. 배수량 약 3,600톤, 길이 약 89m급으로 도산안창호급(약 3,300톤, 83m 안팎)보다 대형화되면서, 더 많은 연료·무장·탑재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확보했다.
이 함급은 원자력 추진이 아닌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지만, 설계 단계부터 한국 해역 특성에 맞게 장기 잠항·고출력 운용을 전제로 개발된 점에서 기존 수입·라이센스 잠수함과 성격이 다르다.

전투체계·소나 업그레이드로 ‘수·해·육’ 동시 타격
장영실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는 표적 탐지·추적·교전 과정을 자동화·지능화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여기에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소나 체계도 개량돼, 수중 함정뿐 아니라 수상함·연안 표적·일부 육상 표적까지 입체적으로 탐지·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강화됐다.
이 플랫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계열, 그리고 향후 도입될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탑재 가능한 수직발사체계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유사시 수중에서 적 주요 시설을 기습 타격하는 ‘전략 잠수함’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잠항 시간·은밀성 동시 강화
장영실함 기술적 진화의 핵심은 전력원으로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기존 디젤 잠수함은 납축전지를 사용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일정 시간 잠항 후에는 수면 근처로 부상해 스노클링(공기 흡입)으로 디젤 엔진을 돌려야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같은 부피·무게 대비 훨씬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수중에서 더 오랜 시간 고속·저속 운항이 가능하고 스노클링 주기를 크게 늘려 적의 탐지망에 노출될 위험을 줄인다. 이 덕분에 북한 잠수함 활동을 감시·추적하거나, 주변국 해역에서 장기간 은밀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저소음 설계와 보조 추진기로 생존성 극대화
잠수함의 생명은 무엇보다 ‘안 들키는 것’이다. 장영실함에는 함체·기관·축계 전반에 진동·소음을 줄이는 저소음 설계가 적용돼, 수중 방사 소음을 최소화했다. 이는 적 소나에 잡힐 확률을 낮추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어, 동일 작전 조건에서 탐지 거리를 줄이고 대응 시간을 늦추게 만든다.
여기에 비상 상황에서 주 추진계통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제한적인 기동을 유지할 수 있는 보조 추진기 시스템이 탑재돼, 전투·사고 상황에서 생존성을 높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런 설계는 “단순히 강한 잠수함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 돌아오는 잠수함”을 지향한 결과물로 평가된다.

100%에 가까운 국산화, 자주국방·수출 경쟁력 상징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장영실함이 “국내 기술과 장비로 구성된 국산화율을 한층 높인 함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장보고-Ⅲ
Batch-Ⅰ이 독일 설계 기반을 상당 부분 참고한 ‘과도기형’이었다면, Batch-Ⅱ는 선체 설계·전투체계·소나·무장·추진·전력 시스템 대부분을 한국 주도로 통합한 완전 국산 플랫폼에 가깝다.
방위산업계에서는 장영실함을 두고 “디젤잠수함 분야에서 한국이 독일·일본과 대등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앞서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평가하며, 향후 아시아·중동·동유럽 등에서의 잠수함 수출 경쟁력도 크게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군 ‘스마트 강군’ 전략의 새 이정표
장영실함 진수식에는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군 수뇌부와 방산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한국 해군 잠수함 전력의 세대 교체를 상징적으로 기념했다. 강 총장은 축사에서 장영실함을 “스마트 강군으로 도약하는 해군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규정하며, 향후 동해·서해·남해 전역에서 해양 수호와 억제력 강화의 핵심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에 따라 강 총장 부인이 진수줄을 절단하고 샴페인 세례와 오색 테이프 행사가 이어지며, 장영실함이 한국 기술력과 자주국방 의지를 상징하는 ‘깃발 잠수함’으로 안전하게 바다를 누비길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