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병 적금까지 늦어진 연말 국고난
연말 국고 부족은 장병 개인에게 돌아가는 돈까지 건드렸다. 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전역 병사 1만 5000명에게 지급됐어야 할 장병내일준비적금이 자금 사정 문제로 일주일 뒤인 12월 31일 밤에서야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병사들이 군 복무 기간 동안 목돈 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제도성 금융상품 성격의 적금이 ‘국고 자금 경색’ 때문에 지연된 것은 제도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막판 턱걸이”로 이뤄진 지급 과정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장병내일준비적금 지급에 필요한 1500억 원은 재정당국에서 750억 원씩 두 차례에 걸쳐 분할 지원됐다. 두 번째 750억 원은 한국은행 마감 시간인 밤 8시를 불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야 국방부 계좌에 입금돼, 사실상 ‘막판 턱걸이’로 지급을 맞춘 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예산 신청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하면서, 연말 특정 시기에 세출이 몰리며 생긴 현금 흐름 문제였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재정당국 “단기 유동성 문제” 해명
재정당국은 각 부처에 연말 예산 집행을 독려한 결과, 지출이 한꺼번에 집중되면서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지는 상황이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정부 관계자는 “연말에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져 국고에 자금난이 생긴 것”이라고 해명하며 구조적 재정 위기라기보다는 단기 유동성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비처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에서조차 ‘현금 부족’이 실제 지급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와 리스크 관리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력운영비·방산 대금도 일부 미지급
이번 미지급 규모 1조 3000억 원에는 각 군 전력운영비와 방위산업체에 지급해야 할 방위력개선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장병 월급 지급에는 차질이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전력 유지에 필요한 운영비와 방산업계로 흘러가야 할 대금 일부가 뒤로 밀린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대금 지급 지연이 곧바로 생산·투자 계획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납품 단가 인상 압박과 금융비용 증가 등 연쇄적 부담 요인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달 내 집행” 약속과 남은 과제
국방부는 재정당국과 협의해 미지급 국방비를 이달 중 모두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기한인 이달 26일을 전후로 세수가 들어와야 국방비 집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방비 증액에도 불구하고 연말마다 비슷한 자금 경색이 반복된다면, 예산 규모 논쟁을 넘어 집행 구조와 재정운영 시스템 자체를 손보지 않고서는 같은 문제가 재연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