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셀러 K-9, 차륜형으로 확대
K-9 자주포는 155mm 52구경장 포를 탑재한 궤도형 자주포로, 폴란드·노르웨이·핀란드 등 다수 국가에 수출되며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50% 안팎을 차지하는 대표 한국 방산 수출 품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K-9 계열의 최신 개량형 K-9A2 포탑을 기반으로 한 차륜형 K-9을 개발해 2026년부터 시제품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며, 복수의 해외 군사 매체는 이미 양산 준비에 착수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기존 궤도형이 제공하던 화력·자동화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차륜 플랫폼의 기동성과 운용 효율을 결합한 것이 핵심 방향이다.

영국 사업 탈락이 만든 ‘전환점’
차륜형 K-9 개발에는 영국 육군의 차기 자주포 사업에서의 경험이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당시 자동화와 사거리에서 경쟁력을 갖춘 K-9A2 궤도형을 제안했지만, 영국은 도로 기동성과 운용·정비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독일 차륜형 RCH 155를 선택했다. 궤도형은 험지 기동과 내구성 면에서는 강점을 가지지만, 무한궤도 특성상 장거리 도로 이동 시 내구 소모가 크고 정비 인력·비용이 많이 든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해당 사업 실패가 곧바로 “차륜형 고성능 자주포”라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천무 8x8 차체 활용한 설계
차륜형 K-9은 한국군이 이미 운용 중인 8x8 천무 다연장 로켓 발사대 차체를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여기에 K-9A2 자동화 포탑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 차체를 활용함으로써 천무와 K-9 계열 간에 엔진·변속기·현가장치 등 주요 부품을 공유할 수 있어 정비 체계 단순화와 부품 재고 축소, 생산 단가 절감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게 방산업계의 평가다. 천무 차체는 이미 실전 배치와 다수의 사격훈련을 통해 내구성과 신뢰성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새 자주포 플랫폼의 초기 운용 위험
을 줄이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화 포탑으로 화력 극대화
K-9A2 포탑은 장전·탄약 취급 과정 자동화를 통해 기존 K-9보다 발사 속도와 승무원 피로도 측면에서 크게 개선된 구성을 갖췄다. 공개된 제원에 따르면 K-9A2는 최대 분당 9~10발, 지속 사격 기준 분당 6발 수준을 목표로 개발됐으며, 다중 탄착(MRSI) 전술 운용을 통해 짧은 시간에 여러 발을 동시에 목표 지점에 도달시키는 능력도 강화됐다. 이러한 자동화 포탑을 차륜형 차체에 얹으면, 포병 전력을 보다 분산·기동형으로 운용하면서도 동일한 수준의 고강도 화력을 제공할 수 있어, 유럽·중동 등 도로 기반 작전 환경에서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8구경장 도전, 사거리 70km권 노린다
해외 군사 전문매체들은 차륜형 K-9 프로젝트와 연계해 58구경장 155mm 포신 적용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포신 길이를 기존 52구경장에서 58구경장으로 늘리면 장약의 추진력을 보다 오래 활용할 수 있어, RAP(로켓보조탄)·고성능 신형탄과 결합할 경우 최대 70km 수준 장사거리 포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미국 육군 역시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 프로그램을 통해 M1299 자주포에 58구경장 포신을 적용하는 시험을 진행했지만, 포신 내구성과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 등으로 2024년 사업이 중단된 바 있어, 한국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기술·시장 양 측면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멈춘 지점 넘어설 수 있을까
미 육군의 ERCA 중단 이후 미국은 장거리 포병 전력 강화 방향을 로켓·미사일 위주 체계로 조정하는 한편, 58구경장 야포 기술은 재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 방위산업계는 K-9 차세대 개량 구상과 연계해 58구경장 포 기술을 계속 연구 중이며, 미국 측과의 공동 연구·실험 논의도 일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륜형 K-9 플랫폼에 58구경장 포신이 실제 적용되어 장기 내구성과 정확도, 운용·유지비 측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도 완성하지 못한 초장사거리 자주포’를 실전 배치한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차륜형 K-9이 여는 수출 시장
차륜형 K-9은 궤도형 K-9이 이미 구축한 브랜드·운용 실적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도시·도로 중심 작전 환경을 가진 유럽·중동·동남아 국가들, 그리고 궤도 차량보다는 트럭 계열 장비 운용 경험이 많은 국가들이 주요 잠재 고객으로 거론되며, 일부 국가는 “차륜·궤도 혼합 포병 전력” 구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 측과 비공식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업계에서는 차륜형 K-9과 58구경장 포신 기술이 궤도형 K-9A2·K-9A3 개량과 맞물려 발전할 경우, 한국이 향후 10~20년간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수출 우위를 유지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