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급 여수함, 베트남에 ‘함선 20호’로
한국 해군은 2017년 포항급 초계함 중 하나였던 여수함(PPC-765, ROKS Yeosu)을 퇴역 후 베트남 해군에 무상 양도했다. 베트남 해군은 이 함정을 별도 이름 없이 ‘함선 20호’ 정도로만 부르며, 연안 초계·해양 감시 임무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중고 함정을 제공하고, 베트남은 자체 정비·무장 개조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해군 전력을 보강했다.

러시아제 KH-35 대함미사일로 재무장
여수함이 베트남에 인도된 뒤, 베트남 측은 이 함정에 러시아산 KH-35 유란-E(Uran-E) 대함미사일 2기(2×4연장 발사대 체계)를 장착했다고 발표했다. KH-35 계열 미사일은 사거리 약 130km 수준의 아음속 대함미사일로, 러시아 3M24 ‘우라누스(Uranus)’를 수출형으로 개량한 모델이다. 베트남은 이 미사일·발사체계를 여수함뿐 아니라 자국산 개조함과 연안 방어 체계에도 통합하며, 장기적으로는 일부 구성품을 자체 생산하거나 개량해 ‘국산화 또는 역량 개조형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짜 군함 더 달라” 요구에 한국이 선 그은 배경
베트남은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전후해, 해양 안보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포항급 추가 함정 무상 양도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베트남 측은 한국이 제공한 여수함을 사례로 들며,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해군 존재감을 키우는 데 한국의 도움이 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수천억 원 규모로 건조된 군함을 연이어 무상 제공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는 여론이 커졌고, 전략 자산을 “사실상 공짜 군함 창구”처럼 인식시킬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 정부, 추가 무상 양도 요청 ‘칼같이 거절’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 정부와 국방부는 포항급 추가 함정의 무상 양도 요청에 대해 “반복적 무상 제공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장비 지원은 동맹·우호국 관계와 전략적 이해, 역내 안보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단순한 “더 달라”는 요구만으로 전력이 넘겨질 수 없다는 논리다. 특히 이미 무상 양도된 함정이 러시아제 미사일 등 제3국 무기체계와 결합돼 운용되는 사례가 나온 상황에서, 한국산 플랫폼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재무장·재수출될지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재조합 무장’ 전략과 한국의 고민
베트남은 오래전부터 러시아, 이스라엘, 한국, 유럽 등 다양한 출처의 무기체계를 들여온 뒤, 자국 조선소·방산기업에서 개량·통합해 “베트남식 무장 플랫폼”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여수함 사례처럼, 한국이 제공한 선체·플랫폼 위에 러시아제 대함미사일과 자국형 전투체계를 올리는 방식은 비용을 줄이면서 해군 전력을 빠르게 늘리려는 전형적인 행태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런 재조합 과정에서 한국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러시아·제3국 무기가 결합되면, 대외적으로는 “한국이 공짜로 준 플랫폼이 사실상 타국 무기 운반선 역할을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무상 지원은 예외적 전략 자산”이라는 시그널
한국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향후 함정·중장비 무상 지원을 “단순 우방 지원”이 아닌 전략적 자산 제공으로 재규정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포항급 여수함 사례를 통해 베트남과의 안보 협력은 성과를 냈지만, 그와 별개로 추가적인 함정 무상 제공은 하지 않겠다는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한국은 교육·정비·훈련·부품 공급 등 협력은 이어가되, 무상 양도는 예외적인 수단으로 제한해 “한국산 군사 플랫폼이 아무 조건 없이 외부 무기체계 운반선으로 쓰이는 상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향성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