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서울에 마지막 남은 판자촌에" 수만 명 사는 도시로 바뀐다는 '이곳'

aubeyou 2025. 12. 30. 22:25

1960년대 철거민 판자촌에서 재개발 현장으로

백사마을은 1960년대 후반 용산·청계천 일대 재개발 과정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불암산 자락으로 옮겨와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한때 1,100가구 이상이 거주했고, 주소가 ‘산 104번지’여서 이 숫자를 따 ‘104마을’로도 불렸다. 겨울이면 대부분 연탄을 사용하는 집들이 모여 있어 ‘서울 마지막 달동네’라는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판자집 대부분이 철거돼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과 공사 장비가 드러난 재개발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뒤 16년 만에 본궤도

백사마을은 1971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오랫동안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2008년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시행이 지연돼 ‘장기 표류 사업’으로 꼽혀 왔다. 이후 2022년부터 주민·전문가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통합정비계획을 다시 짰고, 2024년 4월 재개발 정비계획안을 확정하면서 같은 해 12월 기공식을 열어 16년 만에 본격적인 사업 단계에 들어갔다.

3,178가구 ‘네이처시티자이’로 탄생 예정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백사마을 자리는 지하 4층~지상 35층, 26개 동, 3,178가구 규모의 자연친화형 공동주택 단지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565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계획돼 있으며, 시공은 GS건설이 맡고 단지명은 ‘네이처시티자이’로 정해졌다. 서울시는 1,150채에 달하는 기존 주택 철거를 2025년까지 마무리하고 2026년 상반기 착공, 2029년 완공·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규제지역 묶인 노원, 거래는 ‘잠정 멈춤’

한편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노원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백사마을 일대 기존 주택 거래는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1주택자이면서 10년 보유·5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양도세 비과세·대출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실제 조건을 만족하는 매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미 계약을 체결했던 매수자들이 규제 강화 이후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나오면서, “집을 팔고 새 아파트로 갈아타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매도·매수 모두 발이 묶인 상황”이라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노원 10만 가구 ‘동북권 핵심 도시’ 구상

서울시는 백사마을 재개발과 함께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하며, 노원구 재건축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백사마을을 포함한 재개발·재건축이 완료되면 노원 일대는 약 10만 3,000가구 규모의 동북권 핵심 주거복합도시로 재편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다시, 강북전성시대’라는 서울시의 개발 비전과 맞물려, 강남·여의도에 편중된 도심 기능을 북쪽으로 분산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세계유산 영향평가라는 새 변수

다만 최근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 반경 500m 이내 정비사업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강북 지역 개발에는 새로운 변수도 생겼다. 백사마을 재개발 구역이 태릉·강릉 일대 세계유산 영향권에 포함돼 있어, 제도가 시행되면 각종 심의·평가 절차로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SNS를 통해 “세운지구뿐 아니라 강북 전역의 정비사업을 사실상 멈추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서울시의 ‘강북전성시대’ 구상과 정면 충돌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