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하루 전 벌어진 무력 점령

현지 보도에 따르면, 군 장교들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둔 2025년 11월 26일 새벽 수도 비사우 주요 거점을 기습 점령했다. 대통령궁·국회의사당·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주변에서 총성이 울렸고, 장갑차와 무장 병력이 도심 주요 도로를 차단하면서 사실상 계엄 상황이 만들어졌다. 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은 국영 방송에 출연해 “부정선거와 국가 전복 시도를 막기 위해 대통령을 해임하고 모든 국가 기관의 기능을 정지한다”고 선언하며 쿠데타를 공식화했다.
대통령·고위 인사 체포와 통신 통제

쿠데타 세력은 우마로 시소코 엠발로 대통령을 신속히 체포하고, 군 수뇌부와 내각 인사들을 동시에 구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관리위원장과 핵심 실무진도 연행되면서 개표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국경 봉쇄, 야간 통행금지령, 인터넷·통신망 차단이 잇따라 발표되며 시민들의 이동과 정보 접근은 심각하게 제한됐다. 야당 지도자는 잠시 연금됐다가 탈출해 “군부 독재에 저항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군은 “정치 엘리트와 국제 마약 조직이 결탁한 선거 조작 음모를 적발했다”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임시 군사평의회’ 구성…헌정은 사실상 중단

쿠데타 주도 장교들은 스스로를 ‘국가 안보 및 공공질서 회복을 위한 최고군사사령부’로 규정하며 임시 통치 기구 구성을 발표했다.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장성은 1년 임기 ‘과도 대통령’을 자임하며, 그 기간 안에 부패 척결과 헌정질서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2년, 2022년, 2023년에도 유사한 명분 아래 쿠데타와 쿠데타 시도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현지 시민단체와 국제기구는 “1년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보장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쿠데타의 토양이 된 정치 불안정

기니비사우는 1974년 포르투갈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뒤 네 차례 성공한 쿠데타와 10여 차례 시도로 악명이 높다. 국경·치안이 허술해 서아프리카 마약 밀매의 중간 기지로 활용돼 왔고, 군 내부 파벌과 마약 카르텔, 정치 엘리트의 결탁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엠발로 대통령은 집권 후 의회 해산과 야당 탄압, 언론 통제 등 권위주의적 행보로 비판을 받았고, 2025년 대선 과정에서는 여야 모두 승리를 주장하며 혼란이 극심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군부가 “혼란 수습”을 명분으로 정권을 뒤집은 것이 이번 사태의 구조적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 규탄과 경제·원조 타격 우려

쿠데타 직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긴급회의 소집을 예고하며 군부의 즉각적인 권력 반환과 구금 인사 석방을 요구했다. 유엔, 아프리카연합(AU), 전 식민국 포르투갈도 일제히 쿠데타 규탄과 민정 복귀 촉구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 원조와 투자에 크게 의존해온 기니비사우는 군사 정권이 장기화될 경우 원조 중단·제재·투자 회수 등으로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 공관들은 교민에게 외출 자제와 자택 대피를 권고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민주주의에 드리운 긴 그늘

기니비사우 쿠데타는 니제르·부르키나파소·말리·가봉 등에서 이어진 군사 쿠데타 흐름과 맞물려, 서아프리카 전역의 민주주의 후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선거 결과에 불복한 군부의 무력 개입이 “정권 교체의 또 다른 옵션”으로 굳어질 경우,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군사 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와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 군의 문민 통제, 마약·무기 밀매를 겨냥한 국제 공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가 단발성 정변에 그칠지, 서아프리카 불안정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지는 향후 몇 달간 군부와 국제사회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