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이 주목한 ‘위험국가’ 한국
유럽 방산 업계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독일 라인메탈 내부 보고서에는 한국 방산 산업의 성장 속도가 “유럽 시장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 변수”라는 평가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불과 몇 년 만에 한국이 유럽 여러 국가의 주력 전차·자주포 공급국으로 부상하면서, 독일·프랑스 중심이던 전차·포병 시장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때 레오파르트·르클레르가 ‘기본값’이던 조달 시장에서 K2·K9이 실제 도입 물량과 전시 가동률로 성과를 내자, 유럽 내부에서는 한국을 “시장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잠재적 위험국가”로까지 보는 시각이 등장했다.

전쟁이 바꾼 선택 기준
독일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변화는 동유럽·북유럽 국가들의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들 국가는 “조금 비싸더라도 빨리 많이 공급받을 수 있는 장비”를 우선순위에 올렸다. 과거에는 생산 능력과 납기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걸려도 유럽 장비”라는 논리가 작동했지만, 실제 전쟁 상황에서는 그런 여유가 사라졌다. 이 공백을 한국 장비가 메우면서, 독일 내부 보고서에서 한국이 ‘위협적 경쟁자’로 규정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생산 능력 격차와 K9 효과
라인메탈 보고서가 특히 주목한 지점은 생산 능력의 격차다. 유럽 주요 업체들이 신형 전차 한 대를 설계·생산·시험·인도하는 데 최대 3년이 걸리는 반면, 한국은 이미 연간 60대 이상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조립 라인 속도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공장 자동화·숙련 인력·품질 관리가 애초에 양산 체제로 설계돼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K9 자주포는 누적 수출 2,800문을 넘기며 세계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럽에서 사실상의 표준 장비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풀 패키지’ 방산 생태계
유럽이 한국을 경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산업 포트폴리오의 폭이다. 독일은 전차·자주포·장갑차, 프랑스는 항공기·미사일·우주, 이탈리아는 일부 해군·조선 분야처럼 각자 전통 강점이 나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전차·장갑차·자주포·탄약·군함·잠수함·전투기·레이더는 물론, 방산 기반이 되는 반도체·전자·통신까지 한 국가 안에 결합된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 구조 덕분에 전차·자주포·탄약·정비 체계·훈련 시스템을 한 번에 묶거나, 군함과 탑재 센서·무장·통신 체계를 통합 계약으로 제안하는 패키지형 수출이 가능해졌다.

견제와 협력 사이의 유럽
일부 유럽 분석가들은 한국과의 관계 설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과 단순 경쟁 관계로 가는 것까지는 감수할 수 있지만, 노골적인 적대적 경쟁 구도로 갈 경우 유럽 방산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이 이미 공격적인 가격·납기·성능 조합으로 유럽과 비(非)유럽 시장을 동시에 파고드는 상황에서, 정치·외교 갈등까지 겹치면 중동·아시아·동유럽·북유럽 등지에서 점유율을 더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한국을 ‘위험 국가’로 분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협상과 분업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이중적 인식이 공존하고 있다.

세계 5위 군사력과 지속 공급 능력
한국이 각종 군사력 평가에서 세계 5위권에 오른 배경에는 이런 산업 기반이 자리한다. 병력 규모나 장비 숫자만이 아니라, 현대화된 장비 비율과 이를 지속적으로 생산·보급할 수 있는 능력이 함께 고려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절감한 것처럼, 전쟁이 길어질수록 초기 스펙보다 탄약·포탄·차량·장갑차·포병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한국은 “이미 많은 장비를 가진 나라”를 넘어 “필요하면 더 많이,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으며, 유럽에게는 잠재적 동맹 자산이자 동시에 잠재적 위협으로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