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차를 모는 억만장자,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
낡은 스바루 자동차를 아직도 직접 몰고 다니는 억만장자가 있다. 이름은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창립자이자 “사업은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도구”라는 철학을 실천한 인물이다. 산을 오르기 위해 못과 피톤을 직접 깎던 청년이 50년 뒤 자신이 세운 회사를 지구의 것으로 돌려준 사건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회사 가치는 약 30억 달러, 한화 약 3조 9천억 원이었다. 그러나 쉬나드는 그 모든 것을 주저 없이 내려놓았다.

암벽 등반에서 출발한 브랜드의 신화
이본 쉬나드는 1938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그는 자연을 벗 삼아 살았다. 열네 살 때 매파새를 따라 절벽을 오르며 암벽 등반에 매료되었고, 20대에는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며 산을 전전했다. 돈이 부족했던 그는 직접 망치와 피톤(piton)을 만들어 팔아 원정을 떠났고, 이것이 1957년 쉬나드 이퀴프먼트(Chouinard Equipment)로 발전했다. 재사용 가능한 장비로 이름을 알리던 이 공방은 1973년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본격적인 아웃도어 명품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지구를 위한 비즈니스라는 철학
쉬나드의 경영 철학은 단순했다. “우리는 옷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지구를 보호하는 회사다.” 파타고니아는 이념에 충실했다. 유기농 면과 재활용 섬유를 사용하고, 생산 공정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었다. 또한 해마다 순이익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내보낸 광고 문구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였다. 소비를 멈추고, 이미 가진 옷을 더 오래 입자는 캠페인이었다. 그는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 이윤보다 책임을 중시했다.

회사의 주인을 지구로 바꾸다
2022년 9월, 이본 쉬나드는 자신의 전 생애를 대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회사의 모든 지분을 두 단체에 양도했다.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가 경영권을, 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가 수익권을 받았다. 이는 매년 1억 달러(약 1,300억 원)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순이익이 영구히 환경 보호에 쓰인다는 의미다. 쉬나드는 이 발표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주식시장 대신 지구를 선택했고, 이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입니다.”

검소함으로 증명한 진짜 부의 가치
회사를 내놓은 뒤에도 쉬나드의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낡은 스바루 왜건을 직접 운전하고, 전화기는 구형 모델을 쓴다. 집 앞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며 캠핑과 낚시를 이어간다. “재산은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책임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 그가 남긴 명언이다.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은 이유도 같다. 그는 “내 자식들을 더 부자로 만드는 일보다 다음 세대가 살 지구를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직원과 가족 모두 그의 결정을 존중했고, 파타고니아는 지금도 동일한 철학 아래 운영되고 있다.

자본주의에 던진 새로운 질문
이본 쉬나드의 선택은 전 세계 기업 문화에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 이윤을 극대화하던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그는 “기업의 존재 이유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의 결정 이후 200여 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파타고니아 모델을 참고해 지속가능 신탁을 검토했다. 그는 자신을 여전히 ‘산을 오르는 늙은 등반가’라 부르지만, 세상은 그를 “지구를 위해 평생을 걸었던 단 한 명의 진짜 기업가”로 기억한다. “나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회사를 세웠고, 이제 지구를 위해 회사를 떠난 사람일 뿐이다.” 그는 끝까지 자신이 말한 그대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