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사상 최대 어뢰 발주로 유럽 해군력 강화
독일 방산업체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는 최근 독일 연방군 장비청(BAAINBw)과 212CD급 잠수함용 DM2A5 중어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발주는 TKMS 역사상 최대 규모의 어뢰 계약으로, 개발·생산·납품·관련 장비 공급까지 모두 포함된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유럽 내 해군 무기체계 사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TKMS의 아틀라스일렉트로닉 부문 미하엘 오제고프스키 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그룹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적 이정표이며, DM2A5가 독일과 동맹국의 수중방어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어뢰 DM2A5, ‘지능형 수중전의 눈’
DM2A5는 소프트웨어 정의 방어(SDD: Software-Defined Defense)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 무기체계다. 핵심 특징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전장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모듈식 리튬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 추진 시스템으로 저소음·장거리 운용이 가능하며, 다중 표적 인식 기능과 복잡한 수중 환경에서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또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발사함과 실시간으로 연결돼 표적 데이터 전송 및 경로 수정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존 어뢰가 단방향 공격 병기였다면, DM2A5는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수중 드론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독일·노르웨이 공동 개발 212CD 프로그램의 핵심
DM2A5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추진 중인 212CD 잠수함 프로젝트의 표준 장비로 채택됐다. 두 국가는 2021년 7월 55억 유로(약 9조5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이후, 12척의 함정을 단계적으로 건조 중이다. 독일이 6척, 노르웨이가 6척을 발주했으며, 첫 번째 함정은 2030년 초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유럽의 방산 전문지들은 212CD급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뢰체계를 조기에 통일한 것이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동일한 무장을 사용하면 훈련·정비·보급 체계가 단순화되고, 나토(NATO) 연합 해군 간 상호운용성도 극대화된다.

캐나다 시장 진입을 위한 TKMS의 선제 전략
이번 계약은 유럽 내 성과를 넘어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진출에도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캐나다는 2030년대 중반까지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할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총 사업 규모는 최대 240억 캐나다 달러(약 2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 정부는 2025년 하반기 TKMS와 한국 한화오션을 적격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TKMS가 캐나다 퀘벡주 제조기업 마르멩(Marmen)과 현지화 계약을 체결해 부품 생산을 시작하면서, 주도권은 독일 쪽으로 기울고 있다. 토마스 코이프 TKMS 영업총괄은 “현지 공급망 확대로 캐나다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사실상 캐나다 시장 선점을 선언했다.

한국 한화오션, 빠른 납기와 설계 경쟁력으로 맞불
한편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은 TKMS의 기술 중심 접근과 달리, 발주국 실무 요건에 최적화된 ‘신속 인도·확장성 중심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KSS-III 잠수함 개발로 3,000톤급 플랫폼 자립 설계를 완료한 만큼, 캐나다가 요구하는 디젤-전기 추진 SSK급 함정에 맞춤형 설계를 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화 측은 TKMS에 없는 모듈화 설비와 생산속도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며, “캐나다의 첫 함정 실전배치 시점을 2035년 이전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제안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