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발언 이후 15만 명이 사라졌다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국회 질의에서 “대만 침공 시를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 발언은 공식 내각 문서가 아닌 개인 발언에 가까웠지만, 중국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11월 14일 중국 당국이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공식 발표를 내리면서, 10일도 안 되는 사이에 분위기는 급변했다. 그 직후 집계된 11월 중국인 방일객 수는 약 56만2,600명으로, 10월의 71만5,000명에 비해 약 15만 명, 비율로는 21%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상 ‘늘었는데 줄었다’는 역설

흥미로운 점은 11월 중국인 방문객이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오히려 3%가량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3년 11월과 대비하면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통계상으로는 맞다. 하지만 문제는 직전 달과의 격차다. 1~10월 중국인 방일객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며 회복을 이끌었지만, 11월 한 달에만 20% 넘게 꺾인 것이다. “호황이던 흐름이 외교 갈등 한 번에 뒤집힌 사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 관광업계는 특히 2025년 2월 설 연휴(춘절) 특수가 꺾일 가능성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중국인, 일본 관광수입의 20% 담당

중국 관광객은 단순 방문자 수뿐 아니라 소비 규모에서 일본 관광산업의 핵심 고객층이었다. 일본의 연간 관광수입 8조1,000억 엔(약 76조 원) 가운데 약 20%를 중국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명품·면세 쇼핑, 고급 숙박, 음식·오락 등에서 다른 국적 관광객보다 객단가가 월등히 높다. 도쿄 긴자 이세탄·미츠코시, 마쓰야 등 주요 백화점 면세 코너는 12월 들어 첫 2주 매출이 전년보다 15~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 브랜드 매장은 중국인 단체 고객의 예약 취소가 겹치며 매출 공백이 커지고 있다.
호텔·항공·면세점까지 ‘연쇄 충격’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교토·오사카·도쿄 등 주요 관광도시 전반에 파급됐다. 교토 일부 호텔은 객실 요금을 10% 안팎 인하했고, 성수기에는 2배까지 뛰었던 숙박비가 빠르게 조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인 의존도가 높았던 오사카·간사이권 숙박업계는 단체 예약 취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항공사 데이터에서도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 예약이 55~66% 수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몇 달간 추가 방문객 감소를 예고하는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면세점·공항 상점 역시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줄며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최대 1조2,000억 엔 손실” 시나리오

일본종합연구소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갈등이 단기간에 봉합되지 않을 경우, 일본 관광·유통 부문이 감수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최대 1조2,000억 엔(약 7조7,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다. 분석에 따르면, 중국인의 높은 객단가와 설·골든위크 등 특정 기간 집중 소비 패턴을 감안할 때, 현재 수준의 감소 추세가 수개월만 지속돼도 단기 손실이 수조 엔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 중국계 소비 동향을 분석하는 민간 기관들은 명품 소비 위축만으로도 최대 6억 달러(약 8,100억 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럭셔리·면세 업계가 받는 직격탄만 따로 떼어 계산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