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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60조 원 사업권 준다더니" 막상 라이벌인 독일에 맡겼다는 '이 나라'

aubeyou 2025. 12. 24. 11:58

TKMS, 퀘벡 제조업 심장부에 먼저 들어갔다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는 최근 캐나다 정밀 제조업체 마멘(Marmen)과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마멘은 TKMS의 최신형 재래식 잠수함 플랫폼인 212CD급에 들어갈 선체 섹션과 정밀 복합 구조물을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마멘 본사가 있는 퀘벡주 트루아리비에르는 캐나다 내 제조업·정치 영향력이 큰 지역으로, 독일이 사실상 “퀘벡의 일자리와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파트너”를 자처한 셈이다.

“기술도 주고, 일자리도 만든다”는 메시지

TKMS 영업 책임자는 이번 협력이 “캐나다 산업 기반을 넓히고 퀘벡 제조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단순 부품 하청이 아니라, 차세대 잠수함에 필요한 핵심 구조물의 생산 기술을 현지로 이전하고, 수백 개 수준의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패키지로 설계됐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멘 측 역시 “캐나다 산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기회”라며, 방산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 제조업의 ‘업그레이드’를 약속받았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국방 조달에서 특히 중시하는 “자국 산업·고용 기여”를 정면 겨냥한 행보다.

캐나다의 까다로운 ‘ITB 룰’을 노린 선제 포석

캐나다는 방산·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산업 및 기술 이득(ITB,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정책을 적용해, 자국 기업 참여 비율과 경제 낙수 효과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단순히 성능 좋은 장비를 싸게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을 따기 어렵고, “얼마나 많은 일을 캐나다에서 만들고, 얼마나 많은 기술을 캐나다에 남기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TKMS는 퀘벡 토종 기업과의 동맹을 통해, 캐나다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큰 퀘벡 주의 지지를 선점하고 ITB 규정을 선제적으로 충족하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목표는 결국 60조 원 캐나다 잠수함 사업

독일의 이러한 ‘알박기’ 전략이 겨냥한 최종 무대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다. 캐나다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2030년대 중반 전력화를 목표로 최대 12척의 신형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TKMS가 제안하는 212CD급은 독일·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모델로, 스텔스 설계와 공기불요추진(AIP)을 통해 장기 잠항 능력을 강화한 최신형 플랫폼이다. 캐나다 국방부는 이미 TKMS를 CPSP ‘적격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로 지정해 두었고, 이번 현지 생산 협력은 사실상 본입찰 전 ‘굳히기’ 수순으로 평가된다.

한국 조선업계에 던지는 경고장

이 초대형 사업에는 한국 조선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수출 실적이 있는 재래식 잠수함 플랫폼, 빠른 건조 속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그러나 캐나다처럼 “성능+현지 경제 기여”를 동시에 요구하는 시장에서는, 독일이 보여준 것처럼 선제적인 현지 파트너십 구축과 기술 이전·고용 패키지가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국제 방산 전문가들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성능·가격만으로는 이길 수 없고, ‘캐나다의 배를 캐나다에서 함께 만드는’ 수준의 현지화 약속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캐나다 정부는 2021년 CPSP 전담팀을 출범시키고, 전력 공백 없이 차기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독일은 여기에 맞춰 현지 생산 협력·기술 이전 카드를 앞세워 입지를 선점했고, 한국은 이제 이에 맞서는 수준의 구체적인 현지화·공동 개발 패키지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에 60조 원 사업권을 줄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제 판세는 현지 정치·산업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읽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잠수함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자부심만으로는, 캐나다 같은 고난도 방산 시장을 설득하기에 분명히 부족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