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논밭까지 없애가며 만든" 창고형 큰 빵집이 사실 상속세 회피 때문이라는 이유

aubeyou 2025. 12. 20. 18:21

소풍 가듯 찾는 ‘경치 좋은 창고 빵집’

 

대형 베이커리 카페 다수는 커피·빵 품질 자체보다는 논·벼·저수지·강·산·정원 등 주변 풍경, 실내 테마, 반려동물·키즈존, 불멍 공간 등 ‘놀 거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실제 이용객들도 단골 맛집이라기보다 “도심을 벗어나 소풍 가듯 들르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주차장과 창고형 건물, 인근 논밭·녹지가 한꺼번에 개발된 사례가 적지 않아, 애초부터 관광형 상업시설과 토지 가치 상승을 함께 겨냥한 기획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9년 이후 ‘창고형 빵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방 행정 인허가 자료를 보면, 시설 면적 300㎡ 이상 제과점 인허가는 2015~2018년 연간 10~19개 수준, 연평균 15.3개에 그쳤다. 그런데 2019년 4분기에만 17개가 새로 생기며 그해 전체 증가 수는 44개로 치솟았다. 이후 2020~2024년 5년간 연평균 44.4개씩 늘었고, 2019년 이후 새로 인허가된 300㎡ 이상 제과점은 300곳으로, 2018년 말 영업 중이던 154곳의 두 배에 달했다. 2024년 10월 말 기준 영업 중인 300㎡ 이상 제과점은 328곳이며, 이 가운데 61%인 200곳이 2019년 10월 이후 인허가를 받은 곳이다. 위치도 경기도 54곳, 서울 29곳, 대구 15곳, 인천 10곳 등 수도권·광역시 외곽에 집중돼 있다.

‘빵집은 되고 커피숍은 안 되는’ 가업상속공제

 

이 시기와 맞물려 주목되는 것이 가업상속공제 완화 논의다. 2019년 초 정부·여당은 경제 활력 제고를 명분으로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사후관리(고용 유지) 기간 단축을 추진했고, 같은 해 9월에는 관련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최대 30년 이상) 경영한 피상속인의 사업을 상속인이 승계해 일정 기간 경영을 유지하면,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제도다. 단, 대상은 제조업·도소매·일반음식점·제과점 등 일정 업종이며, 단순 카페·커피 전문점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인허가를 일반음식점·제과점으로 받아 두면, 향후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채워 상속세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구조가 된다. 2019년 개정으로 사후관리기간은 10년에서 7년으로, 2023년부터는 다시 5년으로 줄어 상속·증여 설계에 활용하기 더 쉬워졌다.

“카페는 적자여도, 땅값이 오르면 된다”

 

전문가들은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상속·부동산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는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식당은 크게 키우기 어렵지만, 베이커리 카페는 메뉴 구조가 단순해 대형화·체인화가 상대적으로 쉽고, 전문 셰프 의존도가 낮다. 둘째, 교외 논밭·임야를 포함한 대형 부지를 사들여 카페를 지으면, 영업 실적과 별개로 토지·건물 가치가 상승하기 쉽다. 셋째, 일정 기간만 영업을 유지하면 상속 시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할 수 있어, 현금·주택을 상속하는 것보다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카페 운영은 적자에 가깝더라도, 땅값 상승과 향후 상속세 절감 효과까지 고려하면 ‘계산이 맞는’ 투자”라고 말한다. 제도 취지인 ‘일자리·기술을 지키기 위한 경영 승계 지원’과는 거리가 먼 활용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대형 빵집 늘수록, 동네 빵집은 문 닫는다

 

대형 제과점·베이커리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는 동안, 소규모 제과점은 빠르게 줄고 있다. 300㎡ 미만 제과점은 2015~2021년까지 연평균 400곳씩 늘었지만, 2022년에는 161곳 순증에 그쳤고, 2023년엔 폐업이 신규 인허가를 앞질러 156곳이 순감했다. 2024년에도 155곳이 더 줄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문을 닫은 소규모 제과점은 3,566곳으로, 전년 말 영업 점포(1만9,185곳)의 18.6%에 해당한다. 대형 카페가 지역 ‘랜드마크’처럼 떠오를수록, 임대료 상승과 수요 분산, 인력 확보 난이도로 동네 빵집이 밀려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논밭을 없앤 창고형 빵집’이 남긴 질문

 

2019년 이후 급증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모두 상속세 회피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폐업한 사례도 있고, 순수하게 관광·지역 활성화를 노린 투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 번 사업자를 달고 7~10년 이상 영업을 지속하면, 처음 의도가 무엇이었든 ‘가업상속공제 적용 가능 자산’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논밭과 임야를 밀어 만든 거대한 빵집이, 결과적으로 상속·부동산 투자 수단이자 세제 설계의 도구로 기능하는 현실은 제도 설계의 허점을 드러낸다. 상속 공제의 본래 취지인 ‘장기간 일궈 온 기업·일자리 보호’와 맞지 않는 용도라면, 업종 요건·규모 기준·고용 기여도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다면, ‘논밭까지 없앤 창고형 빵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 그림자에는 동네 빵집과 농지, 그리고 왜곡된 상속·부동산 구조가 함께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