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R(T) 대체에서 출발한 ‘차세대 전투차’

영국 육군은 1970년대부터 운용해 온 스콜피온 경전차·스트라이커 자주대전차미사일 등 CVR(T) 계열 경전차·정찰 차량을 퇴역시키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궤도형 전투차 계열을 찾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과의 공동 사업 실패와 유럽 업체들과의 난항 끝에, 2010년대에 들어서야 제너럴 다이내믹스 UK가 제안한 ASCOD 2 기반 플랫폼을 선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찰·보병수송·지휘·정비·구난·공병정찰 등 6개 형상을 묶은 ‘아약스 패밀리’ 계획을 확정했다. 2014년 체결된 계약에 따르면 총 589대를 도입해 2017년 첫 차량 인도, 2019년 초기 전력화가 목표였다.
계획은 야심찼지만 일정과 예산은 붕괴

실제 개발·시험 단계에서 아약스는 약속된 일정을 거의 지키지 못했다. 2017년 첫 인도 약속은 지연됐고, 2019년 전력화 계획도 실현되지 못한 채 202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초기 작전 운용능력(IOC) 선언 가능’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국방부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개발·생산 프로그램 전체에 투입된 예산은 60억 파운드를 넘는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일정 지연과 결함 수정, 추가 시험 비용으로 소모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주문량의 절반도 인도되지 못한 상태이며, 완전 작전 운용능력(FOC) 달성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진동·소음·누유…“탑승만 해도 다친다”는 장갑차

가장 큰 문제는 전투 차량으로서의 기본 성능보다, 승무원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의 진동·소음·품질 결함이다. 초기 시험에 참가한 병사들은 연료·작동유 누출, 개별 부품·조립품의 제조 품질 저하 등을 반복적으로 제기했고, 특히 시속 30km 이상 주행 시 내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는 점이 악명 높은 문제로 꼽혔다. 실제 훈련 과정에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 탑승한 병사들 가운데 다수가 심한 멀미·구토 증상과 함께 귀울림(이명), 청력 이상을 호소해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이 때문에 국방부가 전면 운용 중단과 원인 조사에 나선 사례까지 보고됐다. 결과적으로 “전장에 나가기 전, 훈련장에서 승무원을 병원으로 보내는 장갑차”라는 조롱 섞인 평가가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확산됐다.
내부 고발과 책임 공방으로 번진 스캔들

이런 문제들이 장기간 해결되지 않자, 영국 내부에서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UK와 사업 담당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이 본격화됐다. 프로젝트 참여자 일부는 익명 계정 등을 통해, 회사가 반복된 결함 보고를 축소·무시하거나 제기자를 압박해 왔다고 증언했고, ‘MilitaryBanter’ 같은 계정이 이 증언들을 모아 공개하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영국 국방부는 아약스 운용 중단과 함께 독립 조사에 착수하면서, 결함 은폐 의혹과 안전 기준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의회·감사기관에서도 예산 집행의 적정성과 계약 구조, 리스크 관리 실패 여부를 따지는 감사에 나서 ‘방산·관료 복합 실패’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방 전차·장갑차 산업이 얻은 교훈

아약스 사례는 복수 형상·공통 플랫폼에 과도하게 많은 역할을 얹은 ‘만능형 설계’와,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일정·예산을 전제로 한 사업 구조가 얼마나 큰 리스크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됐다. 미국 부커 프로그램 취소, 독일·프랑스 차세대 전차·장갑차 사업의 난항 등과 맞물리면서, 서방 장갑차 산업 전체가 “복잡성 과잉과 관리 실패”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반대로 한국·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기존 검증 플랫폼을 점진 개량해 수출까지 이어가는 모델로 상대적 안정성을 보여 주고 있어, 영국·미국식 대형 신규 플랫폼 사업과 자주 비교된다.
‘수십억짜리 고철’로 남을지, 회생할지

영국 정부는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아약스 사업을 전면 취소하기보다는, 결함을 가능한 범위에서 수정하고 한정된 역할로라도 실전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상태다. 그러나 승무원 안전과 신뢰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는 한, 전면적인 전력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류상으로는 “IOC 확보”를 선언했지만, 현장 병사와 여론 사이에서는 여전히 “고가의 실패작”, “수십억 유로짜리 고철 덩어리”라는 평가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약스 프로그램이 앞으로 실질적인 성능 개선과 신뢰 회복에 성공해 ‘문제 사업’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아니면 서방 장갑차 개발 실패의 대표 사례로 역사에 남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