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로 연 이집트 시장의 문

한국과 이집트는 이미 약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도입 계약을 체결해, 이집트가 K-9 8번째 수출국이자 중동·아프리카 최대 물량 고객 중 하나가 됐다. K-9은 155mm 52구경장 곡사포로, 높은 발사 속도·자동화된 사격 통제·우수한 기동성을 앞세워 북유럽·동유럽·호주 등에서 연이어 수주에 성공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
이집트는 단순 구매를 넘어 현지 조립·생산을 포함한 산업 협력 모델을 택하면서, 자국 방산 기반 강화와 한국 기술 도입을 동시에 노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부터 본격 납품되는 K-9 패키지에는 한국이 국산화한 1,000마력급 디젤 엔진과 포탑·포신 시스템이 포함되며, 핵심 부품은 한국에서 조달하고 최종 조립은 이집트 현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해안포까지 노리는 이집트의 ‘변칙 운용’

이집트가 특히 눈여겨본 대목은 K-9의 해상 사격 능력이다. K-9은 원래 육상 장거리 화력 지원용 자주포지만, 한국군 시험에서 해상 목표물에 대한 정밀 포격에 성공한 기록이 있어, 이집트는 이를 해안 방어용 포병 체계로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곡사포를 연안 방어에 전면 배치하는 사례는 흔치 않지만, 수에즈 운하·홍해·지중해에 걸쳐 광범위한 해안을 가진 이집트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선택지다. 한국은 이집트 요구에 맞춰, 해상 표적 교전 능력을 강화한 사격 지휘체계와 탄도 수정 신관·정밀 유도 포탄을 묶은 패키지를 제안해, K-9을 단순 포가 아닌 ‘다목적 해안 화력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천무·CTM 계열로 확장하는 ‘K-포병 패키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EDEX에서 다연장 로켓 천무 실물 유도탄을 전면에 내세워, K-9과 묶인 포병 패키지를 한 단계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천무는 230mm급 유도 로켓(사거리 약 80km)부터, 약 290km급 지대지 미사일 CTM-290까지 다양한 탄종을 운용할 수 있어, 이집트가 보유한 기존 다연장 로켓 전력을 대체·보강할 수 있는 옵션으로 꼽힌다. 여기에 CTM 계열을 기반으로 한 함정 발사용 대함 미사일(ASBM) 콘셉트를 함께 선보이며, 육상·해상 표적을 아우르는 장거리 정밀 타격 체계를 하나의 패밀리로 묶어 제시하는 모습이다. K-9과 천무를 결합하면, 이집트 육군은 장거리 곡사포·다연장 로켓·전술 지대지 미사일까지 계층화된 화력망을 단일 공급자와의 계약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방공·유도무기로 넓히는 통합 안보 솔루션

포병 전력뿐 아니라 방공·유도무기 분야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통합 솔루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상층을 담당할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L-SAM 관련 기술과, 그 중에서도 탄도탄 요격 유도탄(ABM) 생산 경험은, 단순 지대공 미사일을 넘어 다층 방공망 구축 역량을 보여주는 레퍼런스로 활용된다. ABM에는 고고도·고속 비행 환경에서 공력 조종이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제어·자세제어 기술이 적용돼, 탄도 미사일을 직접 요격하는 ‘히트 투 킬(hit-to-kill)’ 개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한화는 헬기·경공격기용 대전차 미사일이던 ‘천검’을 지대지 유도무기로 개량한 모델, 단거리 드론 요격 시스템, 무인 방공 플랫폼 등도 함께 전시해, 포병·방공·유도무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집트·중동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왜 이집트는 한국을 택했나

이집트는 오랫동안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다양한 공급국에서 무기를 도입해 왔지만, 최근에는 가격 대비 성능, 인도 일정, 기술 이전·현지 생산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해 왔다. 한국 무기는 NATO·유럽 고객을 통해 이미 실전 배치와 장기 운용 경험이 입증됐고,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술 협력과 현지 생산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집트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일부 미국·유럽산 체계는 수출 규제·정치 조건·가격 측면에서 제약이 큰 반면, 한국은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방 계열 무기’로 인식돼,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홍해를 낀 이집트가 극초음속·무인체계 확산 등 미래 위협에 대비해 방공·정밀 타격 능력을 키우려는 상황에서, 포병·방공·유도무기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의 패키지 제안은 전략적 선택지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