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드 2025, 동유럽 긴장의 방아쇠

‘자파드 2025’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4년마다 서부전구에서 실시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으로, 이번에는 양국 병력 약 4만 3천 명이 참가해 방공·상륙 저지·전술 항공 지원 등 대규모 작전을 연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나토는 러시아가 이번 훈련에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운용과 수발키 회랑(Suwalki Gap) 돌파 시나리오를 포함한 것으로 보고, 단순 방어훈련이 아닌 ‘나토 동부전선 전면전 리허설’로 해석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훈련 기간(9월 12~16일)에 맞춰 벨라루스 국경을 사실상 봉쇄한 것도, 군사적 우발 충돌과 혼란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의 일환이다.
동부 국경에 4만 병력…한국 전차로 채운 ‘아이언 디펜더 25’

폴란드는 자파드 2025 일정에 맞춰 동부 국경과 벨라루스 접경지에 약 4만 명 규모의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 폴란드 국방부는 자국군·동맹군 3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아이언 디펜더 25(Iron Defender 25)’ 훈련을 통해, 수발키 회랑과 국경 일대를 방어하는 합동 작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산 K2PL 전차와 K9 자주포, K239 천무(폴란드형 ‘호마르-K’), FA-50 경공격기 등 최근 대거 도입한 K-무기가 실기동 훈련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이후 폴란드는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00여 문, 천무 다연장, FA-50 48대 등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러시아 전차보다 한국 전차로 국경을 채운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국산 무기에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드론 침투와 국경 폐쇄, 현실이 된 ‘하이브리드 위협’

긴장을 키운 직접적 사건도 있었다. 최근 폴란드 동부 영공에서 러시아 또는 벨라루스 방향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수십 대가 포착됐고, 폴란드군은 이 중 대부분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정찰·전파 교란·심리전 용도로 활용되는 무인기의 반복된 침투는 폴란드가 국경을 일시 폐쇄하고, 군·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폴란드는 난민·불법 월경, 사이버 공격, 드론 침투 등 군사·비군사 수단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비해, 국경 장벽·감시장비 강화와 함께 전차·기계화부대까지 동원하는 고강도 경계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수발키 회랑, 나토가 가장 두려워하는 약한 고리

폴란드 정부가 동부 전력 증강을 단순 국경 방어가 아닌 “나토 동부 방어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수발키 회랑의 전략적 위치 때문이다. 수발키 회랑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약 65km 폭의 좁은 육지로, 한쪽에는 러시아 본토와 분리된 칼리닌그라드, 다른 쪽에는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가 맞닿아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벨라루스 군이 이 회랑을 장악할 경우,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이 나토 본토와 육상으로 단절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자파드 훈련에 수발키 회랑 돌파·봉쇄 시나리오가 포함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폴란드는 이 구간에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 나토 연합 기갑부대를 집중 배치해 ‘절대 방어선’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토·러시아, “정례훈련” vs “위협적 무력시위” 공방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자파드 2025가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은 정례 훈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훈련 장소가 나토 국경과 맞닿은 지역이고, 참가 병력·장비의 규모, 시나리오 내용 등에서 실제 전면전을 가정한 듯한 강도가 반복되면서, 나토는 이를 “동유럽 안보를 흔드는 무력시위”로 인식하고 있다.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은 훈련 기간 자국 영공 일부를 민간 항공에 대해 제한하고, 나토 지상군·공군의 순환 배치를 확대하는 등 ‘보여주는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는 폴란드의 국경 폐쇄와 병력 증강이 “도발적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반발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상황에서 주변국들은 러시아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K-전차로 채운 동부전선이 의미하는 것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가장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4%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대규모 재무장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미국 장비뿐 아니라 한국산 전차·자주포·다연장로켓·경공격기를 대량 도입해, 동부전선 기갑력을 빠르게 채우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는 “한국과의 방산 협력으로 2030년 이전까지 유럽 최대 육군 전력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나토 내부에서도 ‘동부전선의 핵심 기갑 허브’로 폴란드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이 커졌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폴란드 국경에 수만 명의 병력과 수백 대의 최신 전차·자주포가 배치되는 상황이 군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한국 입장에서는 자국 무기가 나토-러시아 최전선에서 억지력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책임과 기회가 동시에 커지는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