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30명 구토·떨림… IOC 선언 ‘몇 주 만에’ 뒤집혔다

영국 국방부는 11월 말 윌트셔주 솔즈베리 평원에서 이뤄진 훈련 중 아약스 장갑차를 운용한 병사들이 과도한 소음과 진동으로 두통, 메스꺼움, 귓울림 등의 증상을 보이자 즉각 훈련을 중단했다. 언론 보도와 의회 보고에 따르면 약 60여 대의 아약스 계열 차량이 투입된 훈련에서 최소 30명의 병사가 소음·진동 관련 증상을 신고했고, 일부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구토를 하거나 몸이 떨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가운데 소수는 현재까지 전문 의료진의 관찰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수는 추가 검사 후 임무 수행에 복귀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영국 정부가 “아약스는 이제 실전 배치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초기 작전 능력(IOC) 달성을 공식 선언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벌어졌다는 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된 장갑차”라던 아약스, 다시 멈춰 서다

아약스는 1970년대부터 운용된 CVR(T) 계열 경전차·정찰차를 대체하기 위해 영국이 2010년대 초부터 추진해 온 중형 장갑 전투차량 프로그램이다. 남웨일즈 머서티드필 공장에서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스 UK가 생산을 맡았으며, 고성능 센서·디지털 통제 체계·향상된 방호력을 결합한 “차세대 기갑 정찰 플랫폼”으로 홍보돼 왔다. 영국 육군은 2014년 정식으로 아약스를 주문했으며,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7~2019년 사이 초기 전력화가 완료됐어야 하지만, 설계·시험 과정에서 반복된 진동·소음 문제와 각종 결함이 드러나면서 일정은 수차례 밀렸다.
2023년에는 정부가 의뢰한 건강·안전성 평가에서 소음·진동의 원인이 전기·기계 계통, 궤도 장력, 엔진 마운트, 용접 품질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후 궤도·주행 장치와 좌석 구조 개선 등으로 진동을 줄였다며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번 훈련 중 발생한 집단 증상은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다시 키우고 있다.
2023년 ‘시스템적 실패’ 보고서, 현실이 되어 돌아오다

아약스 사업의 문제는 기술 결함을 넘어 국방부 조직 문화와 조달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2023년 법조인 클라이브 셰번 KC가 이끈 ‘교훈 도출 리뷰’는 아약스 프로그램이 “체계적, 문화적, 제도적 문제”에 얽매인 채 추진됐다고 지적하며, 문제 제기가 제때 상부로 전달되지 않았고, 일부 간부는 현장의 우려에 귀 기울이기를 꺼렸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담당 책임자(SRO)의 권한과 역할이 분절돼 의사결정이 파편화됐고, “낙관 편향”이 상층부 사고를 지배하면서 위험 신호를 축소·외면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꼬집었다. 영국 정부는 이 리뷰의 24개 권고안 가운데 15개를 수용하고 9개는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아약스 후속 조치가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문제가 해결됐다”는 판단이 조급하거나 정치적 기대에 영향을 받았던 것은 아닌지, 조달·시험 과정에서 안전 우려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비판을 다시 불러왔다.
“안전하다”던 장관, 병사 부상에 ‘역풍’

국방 준비 및 산업부 장관 루크 폴라드는 11월 초 아약스의 IOC 달성을 발표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된 중형 장갑 전투 차량”이라 치켜세우고, 동맹국 수출 가능성까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의회와 언론에 “전투에 투입 가능한 완전한 비행단(전력 단위)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급망 전반에서 영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국방부는 수년간 이어진 ‘문제적 프로그램’ 논란에서 벗어났다는 인식을 조성하려 했다.
그러나 불과 몇 주 뒤 훈련장에서 30여 명 병사가 소음·진동 피해를 호소하며 아약스 운용이 전면 중단되자, 폴라드 장관은 “병사 부상 소식을 듣고 분노했다”고 말하며 세 건의 별도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자신이 IOC 발표 전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서면 보장을 국방참모총장 등 고위 인사들로부터 받았다고 밝히며, 해당 보장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중간 단계에서 위험 신호가 제대로 보고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장관과 군 수뇌부가 아약스를 성공 사례로 포장하기 위해 서둘러 정상화를 선언했다가, 병사들의 건강 문제로 되레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1/3 차량이 증상 유발”… 사업 존폐 논의까지

최근 훈련 데이터를 보면 이번 사태가 단순한 우연이나 일부 개체의 결함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정황도 나온다. 영국 국방 전문 매체는 11월 훈련에서 투입된 61대 중 23대 아약스 계열 차량이 병사들의 소음·진동 관련 증상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돼, 전체의 약 3분의 1이 ‘문제 차량’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상당 비율의 차량이 안전 우려와 연결되면서 “근본적 설계 결함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수십억 파운드가 투입된 프로그램의 향후 존폐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재 영국 국방부는 아약스 훈련과 연습을 최소 2주 이상 전면 중단한 상태에서 소수 차량만 제한적으로 시험 운용하며 원인 규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고, 결과에 따라 추가 운용 제한, 대규모 개량, 심지어 사업 축소 또는 대체 방안 모색 등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미 계획된 589대 중 160여 대가 생산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릴 것인가’와 ‘손실을 감수하고 구조조정을 선택할 것인가’ 사이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반복되는 조달 실패, 신뢰 회복 가능할까

아약스 사태는 영국 국방부가 대형 무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일찍, 그리고 얼마나 솔직하게 문제를 공개하고 수정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들었다. 과거부터 영국은 여러 방산 사업에서 일정 지연과 비용 초과, 성능 논란을 겪었지만, 아약스의 경우 병사들의 청력·평형 감각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추상적 예산 낭비”를 넘어 “장병 안전을 위협한 조달 실패”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시스템적·문화적 문제를 실제 제도 개혁과 책임 소재 규명으로 이어가지 못할 경우, 향후 다른 무기 프로그램에서도 현장 우려가 묵살되고, 정치적·이미지 관리 논리가 기술적·안전성 판단을 압도하는 악순환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정부와 군은 세 건의 조사와 추가 시험을 통해 아약스의 운용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거나, 문제가 구조적이라면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10년 넘게 매달린 전차·장갑차 프로그램이 결국 “실패 사례”로 귀결될지, 뼈아픈 교훈 속에서 체질 개선의 계기로 남을지는 향후 수개월간의 조사 결과와 정치적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