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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이면 "공군 해군 육군 상관없이" 모조리 쓸어 담는다는 '이 나라'

aubeyou 2025. 12. 11. 12:14

페루 조선史 바꾸는 ‘4척 공동 건조’ 프로젝트

HD현대중공업은 1월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에서 다목적 호위함, 원해경비함(OPV), 상륙지원함(BALOG) 등 총 4척에 대한 공동 착공식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2024년 4월 수주한 약 6,400억 원 규모의 방산·조선 통합 패키지로, 설계·주요 블록·핵심 시스템은 한국이 주도하고, 최종 조립과 인도는 시마 조선소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페루 해군은 이를 통해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신형 함정을 전력화할 예정이며, 노후 자산을 교체하는 동시에 해양 감시·재난 대응·상륙작전 등 다목적 운용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페루 정부는 “조선업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하며, 이번 협력이 자국 해군 현대화와 해양 경제력 강화에 동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완제품 수출’ 넘은 K-함정의 패키지 전략

이번 페루 함정 프로젝트의 핵심 가치는 ‘수상함 4척’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뒤에 붙은 패키지 구조다. HD현대중공업은 최신 설계와 건조 공정 노하우, 전투체계 통합 역량을 제공하는 대신, 페루는 자국 조선소와 인력을 적극 투입해 생산 기반을 키우는 구조로 협력한다. 이 때문에 이번 계약은 “배만 파는 사업”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페루 조선·방산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공동 성장 모델로 평가된다.

 

한국 방위사업청, 외교부, 국방부 등 정부 기관이 수주 단계부터 지원에 뛰어들어 ‘팀코리아(Team Korea)’ 구도를 만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국산 무기를 도입하는 국가들이 공군·육군·해군 전력을 한꺼번에 한국과 연계해 가려는 이유에는, 이런 포괄적 지원 구조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차세대 잠수함 LOI까지… ‘수상함+잠수함’ 풀라인업 진출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4척 공동 건조에 이어, 페루 해군이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회사는 울산 본사에서 시마 조선소와 ‘페루 잠수함 공동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하며, 향후 구체적인 설계·생산 협력 범위를 조율하기로 했다. 이 LOI는 2024년 APEC 페루 정상회의에서 체결된 MOU, 2025년 방산·재난 대응 전시회(SITDEF)의 합의각서(MOA)를 차례로 밟은 끝에 나온 후속 조치로, 사실상 본계약 직전 단계에 해당한다.

 

양측은 페루 해군 요구 조건에 맞춘 신형 잠수함의 기본·상세 설계를 울산 조선소에서 공동으로 진행하고, 이후 페루 현지에서의 건조·조립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미에서 해군 차세대 잠수함을 본격적으로 ‘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페루와 HD현대중공업 모두에게 전략적 의미가 크다.

현지 인력·부품까지 키우는 ‘K-방산 성장 모델’

HD현대중공업이 페루에서 얻는 것은 단지 수주 실적이 아니다. 회사는 울산대학교와 협력해 시마 조선소 기술 인력 10여 명을 초청, 조선해양공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설계·생산 기술을 체계적으로 전수할 계획이다. 동시에 페루 기자재 업체와의 협력도 넓혀, 일부 선체·장비·배관·전기 시스템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구조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는 페루 입장에서 “한국산 플랫폼에 자국 부품이 들어가는” 구조를 의미해, 단순 도입국이 아니라 공동 생산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한국 조선·방산사는 이런 방식으로 현지 산업 생태계를 키워 주면서, 장기적으로는 유지보수, 성능개량, 후속함정 수주까지 이어지는 ‘지속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환태평양 벨트’ 비전, 왜 페루가 첫 퍼즐인가

HD현대중공업은 페루를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과 함께 ‘환태평양·글로벌 거점’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목표는 한두 척 수주에 그치지 않고, 각 권역마다 현지 조선소·해군과 파트너십을 맺어 “현지 건조+기술이전 패키지”를 표준화하는 것이다. 페루는 태평양에 면한 해양국이자, 남미 서해안 해군력의 핵심 국가로 꼽혀 왔지만, 자국 조선·방산 기술은 아직 성장 단계에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고급 함정·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중장기 동맹·우호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이고, 페루로서는 한 번에 수상함·잠수함·교육 프로그램까지 묶어 가져올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이런 구조가 자리 잡으면, 주변 남미 국가들이 페루를 ‘지역 테스트 베드’로 삼아 한국산 플랫폼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도 커진다.

공군·해군·육군 가리지 않는 ‘K-방산 신뢰 효과’

페루 사례는 최근 몇 년간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 다른 국가들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이미 다수 국가가 한국형 전투기, 자주포, 다연장로켓, 방공체계, 장갑차, 구축함·잠수함까지 공군·육군·해군 전력을 포괄해 한국에 맡기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비교적 짧은 납기, 가격 대비 성능, 운용 경험에 기반한 실용적 설계, 안정적인 후속 군수 지원을 앞세워, “한 번 써 보고 나면 다른 군종 장비도 연쇄적으로 도입하는” 패턴을 만들어 왔다.

 

페루가 수상함 4척에 이어 잠수함 공동개발까지 확대하고, 조선 인력 교육과 기자재 협력에까지 손을 잡은 것도 이 같은 신뢰 효과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한국 방산 업계는 이런 성공 사례를 토대로, 향후 중남미·동남아·중동 등지에서 “공군·해군·육군 상관없이 다 한국산으로 맞추겠다”는 파트너를 더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