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보다 앞서 나온 ‘올인원 압축’ LG 광고

최근 애플은 M4 칩을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를 소개하며, 피아노·게임기·카메라·콘솔 등 각종 기기가 거대한 프레스로 압축돼 결국 한 대의 태블릿으로 변하는 광고를 공개했다. 국내외 광고·IT 업계에서는 이 장면이 2000년대 후반 LG전자가 미국·유럽에서 방영했던 스마트폰 광고와 닮아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LG 광고 역시 TV, 음악 플레이어, 게임기, 카메라, 각종 생활기기를 차례로 압축하거나 흡수해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으로 변신시키는 구성이었고, “여러 기기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올인원 전자기기”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강조했다는 점에서 개념적 유사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술·제품에서 시대를 당겼던 LG 스마트폰

광고만 앞섰던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후반 LG전자는 슬라이드폰, 초슬림 바(Bar) 타입 휴대폰, 세계 최초 수준의 광각 카메라 탑재폰, 디지털 TV·DMB·MP3 기능을 통합한 멀티미디어폰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기들을 연달아 선보였다.
초소형 설계와 고용량 배터리, 음악·영상 재생에 최적화된 칩셋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전화기를 넘어 휴대용 엔터테인먼트 허브”를 지향하며, 스마트폰 이전 단계에서 이미 ‘융합 기기’ 개념을 적극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피처폰 전성기 후반과 스마트폰 초기 단계에서 LG전자는 연간 휴대폰 출하량 1억 대를 넘기며 글로벌 3~4위권 제조사로 올라섰고, 일부 분기에는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국 전자산업이 보여준 ‘세계 1위 잠재력’

당시 한국 전자산업은 TV·모니터·휴대폰·가전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상위권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LG전자는 초박형 LCD·OLED TV, 프리미엄 오디오, 멀티미디어 휴대폰 등에서 기술·디자인·에너지 효율을 결합한 제품을 내놓으며 글로벌 기준을 선도했고,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을 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여러 기능을 하나의 디바이스로 통합하는 ‘컨버전스(융합) 기술’, 보다 직관적인 UI/UX 설계,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 등은 이후 애플·구글 생태계와 경쟁하며 세계 시장을 재편한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 맥락에서 “기술과 제품 측면에서만 보면 한국이 스마트폰·전자기기 시장의 절대 1위를 차지할 잠재력은 이미 갖추고 있었다”는 회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왕좌는 내준 이유

그럼에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꾸준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결국 2021년 철수를 택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첫째로 안드로이드 기반 소프트웨어·서비스 최적화에서 삼성·중국 제조사에 비해 업데이트 속도와 안정성에서 불리했고, 이용자 충성도를 쌓을 플랫폼·앱 생태계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둘째로 플래그십·중저가 라인업이 자주 변경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희석됐고, 마케팅 메시지도 “기술은 앞서는데 무엇을 대표하는 브랜드인지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셋째로 글로벌 통신사·콘텐츠 업체와의 장기 파트너십·서비스 연동 전략에서 애플의 폐쇄형 생태계, 삼성의 안드로이드-하드웨어 결합 전략에 비해 차별화된 ‘잠금 효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앞선 기술·뒤처진 전략이 남긴 교훈

결국 LG전자는 광고 콘셉트와 기기 혁신에서 시대를 앞서 나갔지만, OS·서비스·생태계 중심으로 재편된 스마트폰 시장의 규칙을 끝까지 따라잡지 못하며 ‘선도자이자 아쉬운 퇴장자’라는 복합적인 평가를 남겼다. 오늘날 애플의 압축 콘셉트 광고가 나올 때마다 “저런 발상을 한국 기업이 먼저 보여줬다”는 회고가 나오는 이유는, 한국 전자기업들이 가진 선견지명과 기술력, 그리고 그것이 전략·브랜드·생태계와 충분히 결합되었다면 어땠을지에 대한 아쉬움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가 축적한 디스플레이·배터리·부품 기술과 디자인 역량은 여전히 글로벌 산업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어, “기술 강국 한국”이 차세대 디바이스·신산업에서는 또 다른 형태로 1위를 노릴 수 있다는 기대 역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