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매출만 3조 넘는 기업들을" 총동원해서 최고의 경제 도시 만든다는 '이 지역'

aubeyou 2025. 12. 9. 01:03

매출 3조 원대 해운사, 본사째 부산행

연 매출 약 2조 원 규모의 SK해운과 1조 원대의 에이치라인해운은 12월 5일 부산 중구 코모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이전을 공식 발표했다. 두 회사는 이달 이사회·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옮기는 안을 의결한 뒤, 내년 1월까지 본점 이전 등기를 완료하고 상반기 중 단계적으로 인력과 조직을 모두 부산으로 옮길 계획이다.

 

SK해운 김성익 사장은 “동남권 중심의 해운·금융 클러스터에 해운 정책 기능까지 결합되면 ‘이건 뭔가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하며, 정부의 해양 수도권 구상과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두 회사 임직원을 합치면 2,500명 안팎으로 추산돼, 이들의 이전만으로도 부산 지역 고용·소비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부까지 내려오며 ‘행정+산업+금융’ 삼각축 구축

해양수산부는 세종청사에 있던 본부를 2025년 말까지 부산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수부 이전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부산을 해양행정의 중심지이자 북극항로·해양에너지·수산업 정책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과 맞물려 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부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축인 해양 수도권을 조성해 대한민국의 두 번째 성장 엔진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해운 관련 행정·사법·금융 기능을 부산에 집중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부산시는 HMM 등 대형 컨테이너 선사, 해운·선박금융 기관, 해사·중재 관련 기관까지 단계적으로 유치해 “서울 금융·행정 집중 구조에 대응하는 남동부 해양경제 권역”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850명 이전 대비…관사 공급·생활 인프라도 ‘해수부 타운’으로

부산시는 해수부 본부 이전에 맞춰 공무원·가족들의 정착 지원을 위한 관사 확보에 나섰다. 12월 5일부터 부산진구 양정동 신축 아파트·오피스텔 단지 내 100가구(전용 70~76㎡, 아파트 83가구·오피스텔 17가구)에 해수부 직원들의 입주가 시작됐다.

 

전체 이전 대상 직원은 850명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우선 공급 물량 100가구에는 136명이 신청해 136%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상당수 직원이 가족과 함께 부산 생활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양정동 관사는 해수부 임시청사(동구 수정동)까지 통근 20분 내외, 초등학교·생활편의시설 접근성도 양호해, 청사 주변 주유소·편의점 등이 일제히 ‘해수부점’ 간판을 다는 등 일대가 사실상의 ‘해수부 타운’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 부산” 추진 전략

부산시는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 부산(Global Maritime Hub City Busan)’ 비전을 내걸고, 공간(SX)·산업(IX)·인재(TX) 3대 전략과 12개 세부 과제를 추진 중이다. 공간 혁신은 북항·신항·감천항·영도·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등 5대 항만·배후지를 중심으로 도시 공간 구조를 재편해, 남해안권 전체를 하나의 해양경제축으로 묶는 것이 목표다.

 

산업 측면에서는 해운·조선·항만 물류뿐만 아니라 선박금융, 해양보험, 해사중재, 그린해양에너지, 북극항로 물류, 해양관광·MICE 산업까지 연계해 ‘바다 기반 종합 경제도시’를 지향한다. 인재·기술 전략으로는 해양대·부산대·UN 해양법 아카데미 등 기존 인프라에 AI·데이터·친환경 선박 기술을 접목해, 해양 디지털 전환을 이끌 전문 인력을 집중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이 노리는 건 ‘제2의 수도’급 경제축

정부와 부산시가 해양 수도권·글로벌 해양 허브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서울 수도권 과밀과 산업 불균형 해소라는 장기 과제가 놓여 있다. 해수부·해운사·해양금융·국제중재기구 등이 부산에 모이면, 서울의 금융·행정·문화 중심성에 대응하는 ‘해양경제 중심도시’ 위상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북극항로 개척·에너지 전환·글로벌 물류 재편 속에서, 부산은 아시아~유럽 해상 교역의 관문이자, 해상풍력·수소·암모니아 등 해양에너지 프로젝트의 거점 도시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 SK해운·에이치라인해운 본사 이전은 이 퍼즐의 첫 조각일 뿐이고, 향후 다른 중견·대형 해운사와 해운금융기관까지 잇달아 부산행을 택할 경우, “매출 수조 원급 기업들을 총동원한 해양 수도권 클러스터” 구상이 점차 실체를 갖춰 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사람·서비스·연결성…해양 수도권 성공 조건

다만 단순히 기관과 기업을 이전시키는 것만으로 ‘최고의 경제 도시’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해운·조선·물류·금융·법률·IT·스타트업이 얽힌 복합 생태계, 그리고 그 생태계를 지탱할 고급 인력·교육·문화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수부와 두 해운사가 옮겨오는 지금이 부산에게는 시작점이자 시험대인 셈이다.

 

안정적인 주거·교육 환경, 수도권과의 고속철·항공 연결성, 글로벌 인재에게 매력적인 도시 문화까지 갖춘다면, 부산은 “한국의 해양 수도이자 두 번째 경제 엔진”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반대로 조직·인력이 정착하지 못하고 ‘서울 출장 도시’로만 남는다면, 이번 해양 수도권 프로젝트는 단기 이전 사업에 그칠 위험도 있다. 지금 부산이 하고 있는 선택과 준비가, 앞으로 10~20년간 한국 경제 지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