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재 뒤에도 이어진 국경 충돌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갈등은 프레아 비히어 사원, 지뢰지대, 경계선 미확정 구간을 둘러싸고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2025년 7월, 태국군이 국경 인근 지뢰 폭발로 병력 8명이 다쳤다고 주장하면서 무력 대응에 나섰고, 양국은 BM-21 다연장로켓, 야포, 전투기를 동원한 교전으로 확전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수십 명이 사망·실종되고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하자,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주변국이 중재에 나서 일시 휴전이 성립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소규모 지뢰 폭발·총격전이 이어졌고, 결국 11월 우본랏차타니 인근 국경 지대에서 다시 교전이 발생해 태국군 1명 사망, 다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보도됐다.
태국, 한국산 KGGB로 캄보디아 포대 ‘정밀 타격’

7월 충돌 당시 태국 공군은 F-16A 전투기에 한국산 KGGB(Korean GPS Guided Bomb) 유도폭탄 키트를 장착해, 캄보디아군 BM-21 다연장로켓 진지와 탄약고, 지휘소 등을 정밀 타격한 것으로 여러 군사 매체가 전했다. KGGB는 LIG넥스원이 개발한 GPS/INS 복합유도 글라이드 키트로, 기존 500파운드급 Mk-82 무유도 폭탄에 장착하면 최대 100km 안팎 떨어진 표적을 CEP 수 m 수준의 오차로 공격할 수 있는 공대지 무기로 변환해 준다.
태국은 2022년 KGGB 키트 20기를 도입했고, 2025년 6~7월 교전에서 처음으로 실전 사용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공중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태국 공군 F-16 좌익 하부에 KGGB가 장착된 모습이 포착됐고, 일부 폭탄에는 캄보디아 지도부를 겨냥한 메시지가 적혀 있는 장면도 공개됐다.
KGGB, 어떤 무기인가 – 한국 공군도 쓰는 ‘저가 JDAM-ER’

KGGB는 한국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이 2010년대 개발한 중거리 공대지 유도폭탄 키트로, 미국 JDAM-ER과 유사한 개념의 무기다. 접이식 날개와 GPS/관성항법 장치를 내장해, 고고도에서 투하할 경우 40~100km 떨어진 지상 표적을 활공해 타격할 수 있으며, 제조사 자료와 시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CEP(원형공산오차)는 수 m~10m대 수준이다.
한국 공군은 2013년부터 KGGB를 도입해 F-4E, F-5, F-16, FA-50 등에 통합 운용해 왔고, 북한의 갱도포·동굴 진지·지하시설 타격용으로 운용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사우디아라비아·태국이 수출 고객으로 알려져 있으며, 태국의 전시 사용 사례 이후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세안 국가들도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전 성능 검증” vs “분쟁 관여 도덕성” 논쟁

태국이 KGGB를 실전에서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국 내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정밀유도무기가 해외 분쟁에서 실전 성능을 입증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K2 전차·K9 자주포·천무·FA-50 등과 함께 한국 방산 수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실제로 일부 외신과 군사 전문지는 “KGGB는 JDAM-ER 대비 비용 대비 효율이 높고, 혼합 기체 운용 국가에도 통합이 용이한 대안”이라며 기술력을 주목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가 아니더라도, 장기 분쟁·영토 갈등에 한국산 무기가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윤리·외교적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민간인 피해, 난민 발생이 이어지는 국지전에서 한국제 무기가 활용되는 장면이 반복될 경우, 한국의 ‘평화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특정 분쟁에서 어느 한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중재·국제사회 압박, 그러나 근본 원인은 그대로

7월 교전 이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아세안 일부 국가들이 중재에 나서면서, 태국·캄보디아는 일단 휴전에 합의하고 중화기 철수·지뢰 공동 제거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경선 demarcation(경계 설정) 문제, 역사적 영유권 분쟁, 내부 정치용 강경 발언 등이 계속되면서 실질적인 긴장 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11월 우본랏차타니 교전 전에도, 태국 측 지뢰 폭발 사고와 캄보디아 민간인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상호 불신이 극대화된 상태였다. 캄보디아의 훈 마네트 총리와 훈 센 상원의장은 “태국이 보복을 유도하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태국은 “캄보디아군이 먼저 발포했다”고 주장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국 방산에 주는 숙제: 수출 확대와 책임 있는 사용 사이

태국·캄보디아 국경분쟁에 KGGB가 등장한 사건은, 한국 방위산업이 ‘세계 4위권 수출국’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한편으로 한국은 북한 위협 억제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산 수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고, 동남아·중동·동유럽은 이미 중요한 고객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 수출된 무기가 제3국 분쟁에서 사용될 경우 그 정치·윤리적 파장과 국제 여론, 향후 외교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무기 수출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분쟁 가능성이 큰 지역·정권에 대한 판매 심사 강화, 사용조건·엔드유저(최종사용자) 협정 명문화, 국제인도법 준수 교육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태국과 캄보디아가 한국에서 만든 무기까지 동원해 싸우는 지금의 현실은, 한국이 더 이상 단순한 ‘무기 구매국’이 아니라 세계 안보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국’이 됐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그에 걸맞은 책임과 고민을 요구하는 신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