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국가 알제리, 감자도 포기했던 이유

알제리는 국토의 80% 이상이 사하라 사막으로 덮여 있어, 전통적으로 곡물 재배가 극도로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1970년대 이후 정부가 감자를 주요 식량 작물로 키우려 했지만, 고온·건조 기후와 염분·모래가 많은 토양, 부족한 관개 인프라 때문에 생산성이 낮고 병해충 피해가 심각해 만성적 공급 불안이 이어졌다.
일부 지역은 관정·중심피벗 관개를 도입해 감자 재배 면적을 넓히는 데 성공했지만, 종자 품질이 불균일하고 저장·유통 손실이 커 가격 급등과 품귀 현상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막에서 안정적으로 감자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체념이 농민·당국 모두에게 퍼져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가져간 ‘무병묘 수경·에어로포닉스’ 기술

전환점은 한국의 농업기술 협력으로부터 시작됐다. 한국 농촌진흥청(RDA)과 KOICA는 2000년대 중반부터 알제리 농업부와 협력해, 흙이 아닌 물·영양액에서 씨감자(종서)를 키우는 수경·에어로포닉스 기반 ‘무병묘(바이러스 프리) 생산 기술’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시험관 배양으로 건강한 모주를 만들고, 밀폐된 온실 내에서 안개 분사나 순환식 수경으로 씨감자를 키워 병해충·토양전염병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관행 재배에서는 어미 감자 한 개당 5개 정도 씨감자가 나오지만, 에어로포닉스 시스템에서는 한 주당 50~60개의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어, 동일 면적에서 10배 이상의 종서 생산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물이 귀한 사막 환경에서는 토양에 대량 관개를 하는 대신, 닫힌 계통에서 순환식으로 영양액을 사용하는 방식이라 물 사용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50도 사막에서 증명된 실험, 알제리 정부가 ‘국가 사업’으로 채택

한국 연구진과 알제리 연구소는 사막성 기후를 가진 내륙 지역 시험 시설에서 고온 환경(여름철 45~50도, 강한 일사)에서도 버틸 수 있는 온실 구조와 냉각·차광 시스템을 함께 설계했다. 알제리 현지에 구축된 수경·에어로포닉스 시설에서는 한국에서 이전된 조직배양묘를 바탕으로 시험 생산을 거듭했고, 수년 내에 현지 토양·기후에 적응한 품종과 재배 스케줄이 정립됐다.

그 결과, 기존 종자를 쓰던 관행 재배 대비 수확량이 2.5~3배 수준으로 늘고, 바이러스 감염률이 크게 줄어 저장·유통 단계 손실까지 포함한 실질 수확량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보고됐다. 알제리 농업부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사막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감자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한국과 함께 대형 씨감자 연구소·온실 단지를 짓는 국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급 확대와 가격 안정, 수천억 원대 경제 효과

알제리는 과거 감자 씨감자의 상당 부분을 유럽·중동에서 비싼 값에 수입해 왔고, 품질 편차와 병해로 농민들이 큰 부담을 안고 있었다. 한국 기술로 생산된 무병 종서를 활용해 자체 씨감자 생산을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연간 수만 톤의 씨감자를 자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이는 곧 식탁용 감자의 안정 공급과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KOICA·농업경제 연구자료에서는 무병묘·수경재배 도입으로 감자 수확량 증대, 수입 감자·종서 대체, 농가 소득 증가 등을 종합할 때 수천억 원대 상당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무엇보다도, 사막 지역 농민들이 “물과 종자가 있어도 실패하던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되면서, 감자가 다시 지역 경제와 식량안보의 핵심작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군·경까지 동원된 ‘국빈급 경호’, 한국에 쏟아진 감사

알제리 정부는 자국 감자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데 기여한 한국 연구진과 기관을 “나라를 살린 파트너”로 대우하며, 프로젝트 현장과 연구진 숙소에 군·경을 동원한 24시간 경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상적인 기술협력·ODA 수준을 넘어선 예우로, 그만큼 식량안보 문제가 국가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현지에서 촬영된 영상·보도에는 수확철마다 농장에 한국 국기를 게양하고, “한국의 기술이 없었다면 이 수확은 불가능했다”는 농민들의 인터뷰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KOICA 알제리 사무소와 림영석 감자연구소 등 한국 지원 기관은 알제리 정부로부터 각종 감사패·훈장을 수여받았고, 알제리 언론은 한국을 “사막에 농업을 심어준 형제국”이라고 표현하며 각별한 호감을 드러냈다.
‘사막에서 감자를 키운 나라’라는 새로운 브랜드

국토의 80%가 사막인 나라에서 감자 재배를 포기했던 국민들이, 이제는 수확철마다 감자를 가득 싣고 웃으며 농장을 오가는 모습은 한국 농업기술이 만든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국은 반도체·조선·배터리뿐 아니라, 질병 없는 종자·수경·에어로포닉스 같은 농업기술에서도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을 알제리를 통해 입증했다.
이 성공은 농우바이오·대동·남해화학 등 국내 농업 관련 기업들에게 사막·건조지대 농업이라는 거대한 신시장을 여는 발판이자, 기후위기·식량위기 시대에 한국이 인도주의·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 “국토의 80%가 사막이라 농사를 포기했던 나라에 감자 밭을 만든 나라”라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K-농업의 잠재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서사로 세계 곳곳에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