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제 잠수함·기지에서 한국으로 틀어선 이유

방글라데시는 이미 중국의 일대일로 자금과 기술로 2023년 코바자르 페쿠아에 잠수함 기지(BNS Sheikh Hasina/BNS Pekua)를 완공했다. 이 기지는 잠수함 6척, 전투함 8척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남아시아 최대급 시설로, 초기에는 중국제 소형 잠수함 2척(S26T 계열)을 운용하며 해군력 현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운용 과정에서 성능·신뢰성·정비·훈련 지원 한계, 무엇보다 심도 있는 기술 이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용만 할 수 있는 플랫폼”에 머물렀다는 불만이 누적됐다. 이에 방글라데시는 보다 장기적인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했고, 그 대안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장보고급 6척 패키지, 완전 무장 해군으로 도약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제안한 패키지는 개량형 장보고급(Type 209/1400 기반) 잠수함 6척과 함께, 한국산 백상어 중어뢰와 잠대함 순항미사일 해성 계열(일명 해성-3)에 이르는 완전 무장 구성을 포함한다. 장보고급은 이미 한국·인도네시아 해군에서 실전 운용으로 검증된 설계이며, 1400t급으로 연안·원양작전에 모두 투입 가능한 ‘전천후 디젤잠’이다. 백상어 중어뢰는 40여 km 이상 사거리와 고속·고폭탄두로 알려진 한국 독자 개발 중어뢰로, 대형 수상함과 잠수함을 모두 위협할 수 있다. 해성 계열 잠대함 순항미사일까지 탑재할 경우, 방글라데시 잠수함은 벵골만 전역에서 수백 km 바깥의 적 함대를 은밀히 타격할 수 있는 전략·전술 플랫폼으로 변신하게 된다.
‘블루 이코노미’와 해양 주권 수호 수단

방글라데시는 벵골만의 가스·석유·어장·광물자원 개발을 핵심 국가전략으로 내세우는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를 추진 중이다. 2012~2014년 미얀마·인도와의 해양경계 분쟁에서 국제재판을 통해 EEZ(배타적 경제수역)를 확보했지만, 그 넓은 해역을 감시·보호할 수 있는 해군력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중국제 소형 잠수함 2척으로는 상시 초계·억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장보고급 6척이 순차 배치되면, 방글라데시는 벵골만 대부분을 작전반경으로 하는 실질적인 해양 주권 수호 능력과 주변국(인도·미얀마 등)에 대한 유의미한 억제력을 보유하게 된다.
기술 이전·현지 조립, ‘미래를 사는’ 계약

한화오션과 한국 측은 단순 완제품 판매가 아니라, 핵심 모듈 국내 생산+부분 조립·정비를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병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른바 “기술 이전+현지 조립” 모델로, 인도네시아 DSME-1400 프로젝트 때와 유사한 구조다. 방글라데시는 이를 통해 잠수함 선체·전기·기계·전투체계 일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자국 조선·방산업 기반을 쌓을 수 있다. 중국이 잠수함·기지 건설에서는 적극적이지만 핵심 기술과 설계권은 강하게 통제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상대국의 ‘성장’을 전제로 한 파트너십을 제시했다는 점이 방글라데시에 큰 설득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정학적 균형과 대중 의존 탈피

벵골만은 중국·인도·미국·일본이 모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으로, 방글라데시는 그동안 중국에 쏠린 인프라·군사 협력 때문에 인도와 서방의 경계심을 사왔다. 중국산 잠수함과 기지는 인도 입장에서 ‘인도양에 들어온 중국 발판’으로 인식될 여지가 컸다. 한국산 잠수함 도입은 중국 일변도의 안보 협력에서 벗어나, 제3의 파트너를 통해 보다 균형 잡힌 외교·안보 구도를 모색하려는 실용적 선택이다. 인도 역시 한국과의 방산 협력에 우호적 기조를 보여온 만큼, 방글라데시 입장에서는 한·중·인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키울 수 있는 카드가 된다.
한국 방산·조선업의 잠수함 브랜드 효과

장보고급 개량형 6척, 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이번 잠수함 협상이 성사될 경우,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방글라데시까지 디젤잠수함 고객국으로 확보하게 된다. 이는 한국이 독일 라이선스 생산국을 넘어, 독자 설계·무장·통합능력을 갖춘 ‘완성형 잠수함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한화오션·LIG넥스원 등 관련 기업에도 대형 수주 효과와 함께 동남아·남아시아 추가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의 선택은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과 기술 독점에 대한 실망, 한국의 개방적 기술이전·검증된 설계·무장 패키지·정치적 중립성이 결합된 결과이자, 한국 해양 방산이 ‘미래를 파는 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